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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한편의 작품같은 책을 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외수 작가도 그런 작가중에 한 사람으로 촌철살인의 짤막한 한줄짜리 글을 쓰는데도 멋진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글을 담아 놓으니 한편의 멋진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드는 책을 펴낸다. 그만의 독특한 글씨체와 아리하게 다가오는 선이 얇은 수채화 꽃과 물고기 그림이 너무 멋진 책 표지다.
책 표지를 넘기면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짤막한 이외수의 글이 등장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피고 지는 꽃과 친구처럼 따라붙는 여러갖가지 물고기들이 어쩜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지, 그저 가만 그 페이지를 펴서 곁에 두고 틈틈이 바라보고 음미하고 싶게 만드는 글과 그림이다. 인생을 칠팔십년을 살면 나도 저런 멋진 글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사랑에는 물음표가 있어도 괜찮다. 느낌표가 있어도 괜찮다.쉼표가 있어도 괜찮다.
줄임표가 있어도 괜찮다. 가끔 퍼센트, 골뱅이, 샵, 별표가 있어도 괜찮다.
다만 마침표만 없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으면 좋겠다.
---p15
그리 길지 않은 짤막짤막한 문장인데다 이리 위로가 되는 글을 쓰니 어찌 멋지지 않을수 있을까?
맞다. 사랑에는 정말 마침표가 있어서는 안된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문장이다. 모든것이 빨라지고 좋아지는거 같은 세상이지만 가장 필요한 사랑만큼은 왠지 덜해지는거 같은 세상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과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한 한탄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문장들이 많다. 그 문장들 속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모두 들어 있으니 이외수는 참 도닦은 사람 같기만 하다.
오늘의 당신 모습은 과거가 만들었다. 미래의 당신 모습은 오늘이 만든다. --- p 80
누군가는 그랬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은 어제의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그 시간이었다고! 그런데 그소중한 시간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의 모습은 바로 조금전, 어제, 그보다 과거의 모든 시간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잠시후, 내일, 그리고 더 먼 미래의 시간속에 나 또한 지금의 내가 만드는 것! 이런 진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참 멋진 문장이다.
산 속에 있는 열 놈의 도둑은 잡기 쉬워도 마음속에 있는 한놈의 도둑은 잡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마음 속의 도둑도, 어릴 때는 바늘도둑이지만 나이 들면 소도둑이 된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머리 공부보다는 마음공부를 중시해야한다. --- p110
이외수의 이야기를 가만 듣다보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걸 깨닫게 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린 그런것들을 너무 무시하고 그냥 마음내키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어릴적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도둑을 이미 소도둑으로 키운건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내 마음속 도둑은 잡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속 도둑을 잡으려 하는건 아닌지,,,
그래, 다 죽었어도 한평생 겨울만 계속되지는 않겠지, 그대 가슴안에 희망 하나만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꽃 피는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겠지. ---p299
총 5장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지만 각자 따로가 아닌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음을 안다. 때로는 따가운 회초리 같은 따끔한 이야기도 하지만 때로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 마음속에 희망 하나만 살아 있다면 봄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 하나만은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