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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종이가 없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지금 내 주변만 둘러봐도 온갖것들이 다 종이로 되어 있으며 온통 종이에 둘러 쌓여있는것만 같은데
만약 그 종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 허공에 떠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종이는 우리 실생활에 있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럼 태초부터 종이와 우리의 관계가 그랬을까?
분명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것이다.
종이 박물관에 오신것을 환영한다.
이곳은 종이와 종이로 만든 물건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박물관이다. ---p11
이 책은 책의 저자가 밝히고 있듯 종이에 관련된 모든것을 이야기하는 박물관이다.
온갖 종류의 종이와 관련된 세상 모든것들이 다 모여 있는 종이 박물관!
박물관에 입장하게 되면 순서대로 유물이나 작품들을 관람하기도 하지만 순서를 바꿔서 색다르게 관람할수도 있다.
이 책 또한 목차를 따라가다 내게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을 펼쳐 읽어도 되는 그런 책이다.
사실 이런 책은 자칫 설명위주나 해설위주여서 지리하게 여겨질수도 있는데
종이를 너무 좋아하는 저자가 어찌나 신이 나게 종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지 참 재미나게 읽힌다.
종이로 만들어진 지폐에 관한 이야기, 지도, 벽지, 미술도구, 장난감,오리가미,영화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종이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아주 소상히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종이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종이 이야기다.
무척 아쉬운 한가지는 우리 나라 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찌하여 종이 박물관에 우리의 한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지 저자에게 따지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될 책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다.
신기술을 선도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한 목소리로 전자책은 놀랍고 충격적이게도 개념과 페러다임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종이 책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 종이 냄새가 나는 전자책 리더기만 아직 안 나왔을뿐이다. ---p92
저자의 표현중에 종이와 책이 찰떡궁합으로 그들의 만남을 결혼으로 비유한 부분이 무척 재미나다.
또한 A4종이 한장만으로 종이로 만들어진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도 괜히 흥이 난다.
종이가 점 점 사라지는거 같지만 이상하게 점점 더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고
종이를 흉내낸 많은 것들이 등장하지만 종이를 따라올수 있는 것들이 없는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종이를 위한, 종이에 의한 종이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