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백의 형식들 이성복 지음 / 열화당 이성복 산문집 1977년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 이성복(李晟馥, 1952- ). 1980년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후 지난해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에 이르기까지 일곱 권의 시집을 내놓은 그에게는 어느새 흰 머리카락이 수줍게 자리잡았다. 근 사십 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 쓰기의 외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 지난 시간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시와 산문, 대담 들을 세 권의 책으로 엮어 선보인다. 1970-80년대 미간행 시들을 묶은 『어둠 속의 시』, 마흔 해 가까운 세월의 다양한 사유들을 엮은 『고백의 형식들』, 그리고 서른 해 동안 이루어진 열정적인 대화들을 모은 『끝나지 않는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 |
| 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작가 최인호가 40년간 적어 내려간 딸의 이야기 이 책은 작가이기에 앞서 한 아버지이며 할아버지인 최인호가 딸과 손녀에게 전하는 가슴 벅찬 사랑과 감사의 고백이다. 그것은 또한 딸과 손녀를 이야기의 축으로 삼아 한 가족의 40년 세월을 기록한 장려한 가족연대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개인의 회고담이나 추억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수시로 묻는다. '내게 온 너는 누구인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그 물음은 삶의 불가해성을 향한다. 그것은 딸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지는 삶의 지속,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만난 너와 나의 인연의 신비에 대한 경탄이자 찬미이다. | |
| 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 민음사 절멸의 그날까지, 삶은 계속된다 어제와 같은 세상도 갑자기 다르게 보이는 사춘기. 그러나 열한 살 소녀 줄리아의 세상은 '진짜로' 달라지고 있었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으로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기 시작하자 나를 둘러싼 환경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은 사람들의 정신적, 심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사춘기 소녀가 겪는 몸과 마음의 성장, 희망 없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깊은 곳에 '기적' 같은 시간으로 남게 된 시간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 『기적의 세기』는 신예 작가 캐런 톰슨 워커의 첫 소설로,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지진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청소년기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 종말의 풍경이 퍽 아름답다.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소설. | |
| 천강에 비친 달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한글은 절에서 태어났다 <소설 무소유> 정찬주 장편소설. 조선 초 최고의 범어(산스크리트 어) 전문가이자 학승이었던 신미 대사가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이었음을 조명하는 소설이다. 전(前) 왕조에 대한 부정과 새로운 지배 질서의 창출을 위해 숭유억불을 정책적 이념으로 내세우던 조정 대신들과 세종의 팽팽한 대립, 왕명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지만 반대 세력들의 계략 속에 생명의 위협을 당했던 신미 대사, 한글 창제를 통해 명으로부터 자주성을 수립하고 백성을 고통 속에서 구제하고자 했던 세종의 민본사상, 또한 세종에게 자비를 통해 중생을 구제하는 애민사상을 설파했던 신미의 모습 등이 일필휘지로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우리 글자를 향한 도정의 질곡 마디마디에 새겨진 불교적 사유가 구름 같이 떠돌고, 물처럼 흐른다. | |
| 저녁이 깊다 이혜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20년을 벼리어 낸 이야기, 이혜경 장편소설 동인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작가상 등을 수상한 '과작'의 작가 이혜경이 20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단정하고도 섬세한 '문장가' 혹은 '문체 미학'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가 꼼꼼한 문장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부면을 조명했다. 1960년대 말 지방 소읍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동급생으로 만난 기주와 지표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발 중심 70년대를 지나 격동의 80, 9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동안,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위대함을 각별하게 보듬는다. | |
| 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 포레 미스터리의 여왕이 바라본 인생이라는 수수께끼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세번째 작품.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가 함께한 삶의 끝에서 비극을 맞이하고, 화자인 주인공이 그 비극 속에 감춰졌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신랄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T. S. 엘리엇의 시구 "장미의 순간과 주목朱木의 순간은 같다"에서 모티브를 빌린 이 작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인간의 계급의식과 인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자기희생과 연민이라는 명분을 쓴 우매한 가식에 대해, 관계와 소통의 지난함에 대해 호소하면서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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