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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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넘기고 부터는 젊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참 커지는거 같고 친구들을 만나면 흰머리가 어쩌고 노안이 어쩌고 서로가 늙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는 듯 서로 먼저 늙어가고 있다는 듯 그렇게 수다를 떨어댄다. 내게는 한참 먼 이야기인듯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게 되고보니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 한참 수다를 떨어대며 위로를 받게 되는 것처럼 마스다 미리의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마치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난듯 그렇게 공감하고 위로받게 되는 책!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처음 접하면서 같은 여자지만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 보듯이 만화를 그릴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를 시작으로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읽으며 참 단순한 만화 그림체인데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낸다는 사실이 감탄스럽곤 했는데 이번엔 마흔을 넘긴 그녀의 일상적인 글을 만나게 되니 또 새로운 느낌으로 그녀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든다. 아니 오랜 친구를 만난듯한 기분이 든달까? 그런데다 지금 나와 같은 나이의 그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 이야기를 하는듯해서 더욱 친근하게 여겨진다. 


자신을 만화로 캐릭터화 해야하는 이야기에서 마흔이 넘어 도드라지는 팔자 주름을 그려넣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 좀 전까지는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구분이 모호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아줌마 대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노래방에 가게 되면 어김없이 옛날노래를 부르게 되는가 하면 고향에 다녀오게 되면 하나둘 곁에서 떠나 있는 사람들로 인해 슬퍼지고 새로운 핸폰을 사용하지 못해 애를 먹는가 하면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서로 하나도 안변했다고 하지만 옛모습을 찾아볼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는 현실, 나이들어서야 깨닫게 되는 엄마의 사랑등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다가온다. 


고야 묘목을 심어 베란다 창에 초록 커튼을 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니 언젠가 나팔꽃을 키워 커튼을 드리우듯 자라난 기억이 문득 난다. 또한 별거 아닌 작은거지만 전기 절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싸고 저렴한데 실용적인 상품에 혹하는 모습들이 참 사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무언가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죽고나서 남기게 될 내 주머니속 현금을 미리 땡겨 쓰는거라 생각하자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즐기는 그녀의 이야기는 즐거운 에너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살짝 불안, 내 몸의 변화, 부모님의 건강....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부디 잘 극복해 나가자, 우리.--- p138


친구들과 서로 늙어가고 있음을 토로하고 위로하면서 한 그녀의 이 대사가 내게 하는 말 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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