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끝에 다시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함정임 외 지음 / 바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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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작가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을 읽을때면 각각의 느낌이 비슷하게 전해지곤 하는데 일곱명의 작가들이 국내 일곱 도시에 얽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이 소설은 각자 자신들의 문체들로 써 내려가고 있지만 어딘지 이야기는 하나로 통한다는 느낌을 준다. 


어느 지명을 떠올리게 되면 분명 좋은 추억도 있겠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도 있기 마련이다. 작가들이 떠올린 속초, 원주, 정읍, 여수, 제주, 부산, 춘천이라는 도시들에 얽힌 사연을 읽으며 한번쯤 다녀왔던 곳이라면 그곳에서의 추억을 더듬어 그 공간속에 책속의 주인공들을 올려 놓게 된다. 문득 내가 작가가 되어 이 글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혼한 전남편의 부음소식을 듣고 잘못된 길이라는 네비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시령고개를 갈때부터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을 떠올리게 되는 그녀는 내내 직장 상사에게 재촉의문자를 받게 되고 급기야 결혼 전리품으로 받은 늙은 제규어가 눈속에 갇혀 발목잡히는 신세가 되고 보니 네비의 경고음이 어쩐지 괜히 울리고 있는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참 절묘한 이야기다.백영옥이라는 작가의 글은 사람들의 심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파킨슨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가 찾는 정읍댁을 찾아 수소문을 하던 손흥규의 늙은 노부부의 이야기에는 우리도 늙으면 이 두 부부처럼 서로가 아픈 상처를 가슴에 품고도 사랑할수 있을까 하는 가슴 뭉클함이 느껴지고 제주에서의 사건을 목격하고도 서로 모른채했던 두 남녀가 다시 제주에서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온고은의 이야기는 언젠가 진짜로 일어났던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해 더욱 스릴러 같은 소설이 되었고 원주의 4인방 친구들중 유난히 못생겨서 아직 경험이 없는 친구가 당황스럽게 흑인을 애인으로 삼은 이기호의 이야기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듯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각각의 개성있는 작가들의 문체와 이야기 전개 방식을 하나둘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 도시에서의 기억이건 그것을 떠올리는 형식의 글들이 때로는 미스터리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어딘지 참 닮은듯한 느낌이다. 작가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여행지나 혹은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현재가 담겨있는 뒤편에 실린 작가들과의 인터뷰가 어쩐지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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