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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의 꽃 1~2권 세트 - 전2권 ㅣ 블랙 라벨 클럽 9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첫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섬뜩해하는 귀신이나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여서 인지는 몰라도 머리끝이 곤두서는 느낌이드는 노래의 시작부터 벌써 흥미가 생긴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아래~' 라는 노래소리와 함께 누군가에게 쫓기게 되는 악몽을 꾸는 도화, 노란 개나리꽃이 필때면 꼭 부르게 되는 동요 [꼬까신]이 이렇게나 오싹한 노래였던가?
이제 열여덟이 되는 도화는 가문의 저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제를 올리게 되면서 오히려 귀신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런데다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어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백부에 의해 죽을 위기에 놓이기까지 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 출처를 알 수없는 은장도 한자루의 놀라운 힘에 의해 다행히 목숨을 구하기는 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또 한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아닌 귀신들의 왕, 백야다. 사실 도화와 백야의 첫 등장에서부터 두 사람의 인연을 감지하게 된다. 도화는 순진무구한데다 발랄하며 어떤 위험한 존재라 할지라도 선한 존재로 바꾸어버리는가 하면 귀왕에게 허드렛일 시키기를 서슴치 않는 참 오만방자한 캐릭터다. 그런 도화를 바라보는 백야의 눈길이 어쩐지 남다르다 했는데 도화를 오래전에 떠난 신부의 환생쯤으로 생각한달까?
옛날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읽을때면 어쩐지 무섭다기보다는 친근감이 드는데이 책속에도 그런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우선 도화의 신을 물어가 도화와 추격전을 벌이는가 하면 결국 귀왕과 인연을 맺어주는 야광귀는 [도동 동]하고 내는 소리마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왠지 그저 가벼이 볼수만은 없는 야광귀는 어쩌면 도화와 귀왕의 신부와의 어떤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듯 싶다. 그리고 무엇이든 마구마구 먹어치워버리는 아귀! 아귀라고 하면 꽤나 무시무시한 지옥귀라고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속에서는 덩치만 클뿐 먹는것만 해결되면 만사 오케이가 되어 버리는 참 순박한 도깨비다.
사람이 죽으면 간다는 저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를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속에 귀신들이 사는 세상이 정말 그렇게 묘사 되고 있다. 사람이 죽어 그 혼이 모여사는 세상을 참 재미나게 묘사해 놓았는데다 무게잡고 근엄해야 할거 같은 옥황상제는 아녀자의 치마속을 들추기까지 하는 호기심이 많고 개구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어쩌면 늘 무게감 있게 등장하는 백야의 분위기를 균형있게 잘 맞춰주는 캐릭터랄까? 심지어 도화를 납치해 가기까지 하는 옥황상제라니!ㅋㅋ 하지만 진중해야하는 순간에는 역시 진중해지는 캐릭터로 백야와 신부와의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다.
문득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이 사는 세상이라는 공간적인 배경과 무시무시한 도깨비를 한순간에 착한 캐릭터로 만들어 청소까지 시키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무척 닮아 있다. 또한 옥황상제의 캐릭터는 어느 드라마에서 본듯도 해서 자꾸 그 배우가 생각이 나고 환생과 복수를 다루기도 한 이 소설은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를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야기의 소재가 도깨비고 귀신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러다보니 겹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 하지만 어쨌거나 흥미로운 소설인건 사실이다.
귀왕에게 재물로 바쳐진 아이들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귀왕의 신부였던 예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또한 밝혀지게 되는데 예영의 동생이 허공의 검을 줍는 순간부터 그들의 미래는 달라지게 된다. 이 또한 예영이 의도했던 것이라 하니 예영은 정말 어떤 존재인것일까? 도화가 바로 예영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화는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할머니를 만나러 무극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다음권이 무지 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