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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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는 아버지의 폭력에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집을 나가고 만다. 그런 은주를 찾아 이웃을 들쑤시고 다니는 엄마와 절친했던 이웃 아주머니 지숙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절대로 가출 같은건 꿈조차 꾸지 않을거 같은 온화하고 순종적인 성격의 은주가 결국 집을 나가고 말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가정내의 폭력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은주의 아버지는 심각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가정내 폭력을 견딜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부엌칼로 위협하는 아버지를 견뎌 내기란 부처님도 어려우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집을 뛰쳐나가 가출을 하게 된 은주, 괴팍하고 폭력적인 부모 밑에 자라면서 평범하고 온화한 가정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꾹꾹 잘 참고 견디었는데 인내의 한계에 도달해 결국 집을 나가버리고 만다. 그렇게 훌쩍 멀리 제주도로 도망을 가지만 결국 또다시 엄마 아빠의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은주는 다시한번 아주 먼곳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포르투칼, 육이오 전쟁 당시 참전해서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싸웠던 조상을 둔 에민은 한국에 머물면서 유난히 포르투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은주와 사귀게 되고 결혼에 생각이 미치자 갈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나라 포르투칼로 돌아가 은주에 대한 사랑에 확신을 얻게 된 에민은 은주의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되고 그녀를 어떻게든 자신이 도와주고자 백방으로 애를 쓰게 되는데 그동안 은주는 에민의 포르투칼집에 머물면서 그의 아버지로부터 마음을 많이 치유받게 된다. 


소설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멀리 베트남에서 한국 남자에게 시집와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다문화가정도 있지만 한국 생활과 한국 남자에 잘 적응하지 못해 갈등하고 방황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게 하지만 나름 잘 적응하며 떳떳하게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먼 타국의 땅에 와서 두고 온 고향땅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차게 살아가는 그들이 지숙과 은주와 같이 자신들을 위해 한국말을 가르치며 봉사하는 이들에게 정을 배우고 서로가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며 은주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또한 은주의 엄마나 지숙이 가지고 있던 아픈 과거의 상처가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 점 더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되는데 영원히 악의 고리같은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거 같았던 은주는 자신을 사랑하는 에민과 이웃 아줌마와 다문화가정의 지인들에게서 위로와 도움을 받고 살아갈 용기 또한 얻게 되는 참 바람직한 이야기다. 


포르투칼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요즘 우리주변에 흔해진 다문화가정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고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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