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보고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그런데다 두께마저 두텁고 빼곡히 들어찬 활자들이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고 생각한 어느 순간 어느새 책의 중반부를 넘어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흑백의 인종 차별적인 이야기일까 했는데 래리와 사일러스라는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리는가보다 하는 순간 엉뚱하게도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화해 하지 못한채 헤어지고 만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흑인과 백인이 등장하는 인종차별적인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은 흑인이 백인에게 구박받는 이야기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래리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극적이면서 따돌림 당하는 백인으로 등장하고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흑인 사일러스는 무척이나 당당한 캐릭터여서 간혹 누가 흑인이고 백인인지를 헛갈릴때가 있다. 어쨌거나 소극적인 래리와 사일러스가 서로 친구가 되는가 보다 했지만 사소한 다툼끝에 둘의 우정은 갈라지게 되고 신디 워커라는 소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마지막으로 그녀와 데이트를 하러 갔던 래리가 용의자로 남겨진 채 20여년간이나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오랜 세월이 흘러 래리는 또 다시 일련의 사건들의 용의 선상에 올라 총상을 입은채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사일러스는 경찰관이 되어 그와 대면하게 된다. 경찰은 래리가 그동안 자신이 일으킨 사건들에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 총을 쏘았을거라 추측하게 되지만 사일러스는 어쩐지 전혀 다른 생각이다. 총상 소식을 전해주러 요양소에 있는 래리의 엄마를 찾아가는가 하면 래리의 집에 찾아가 닭들에게 모이를 주기도 하고 래리가 자신에게 남긴 전화 메시지를 떠올리며 래리를 그렇게 만든 진범을 혼자 추적하게 된다. 결국 래리와의 대면에서 사일러스는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진실을 고백하게 되고 이야기는 또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누군가 진실을 고백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죄도 없이 이십여년 이상을 범죄자 취급을 받고 사람들에게 소외당하면 혼자 고독하게 살아가야했다. 십대의 그 시절에는 이유없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때다. 그런데다 자신이 범죄자로 취급받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이라면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터, 그런데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꽁꽁 숨겨온 진실을 밝히고서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 이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래전에 이미 화해했어야 했던 두 사람의 우정이 전혀 새로운 반전으로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듯 해 진한 감동을 준다.
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작은 마을에서의 래리와 사일러스의 우정과 일련의 사건등을 추적해 가는 과정과 진실이 밝혀지는 스릴있는 전개방식으로 미국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이 대거 추리소설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놀랄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추리소설 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는데다 사회적 편견에 휩쓸려 버린 양심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으며 그때의 사회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문학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