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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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균, 그는 살아 생전 어떤 사람이었을까? 수필을 읽으며 그를 가늠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그를 그려보려니 참 구수하면서 친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글만으로도 사람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수필이 가진 장점이며 매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수필은 정말 잘 쓰여졌다. 문채뿐 아니라 시골 살림이나 시골 삶에서 느껴지는 글들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를 만나면 한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낼것만 같은 수필이 내게 큰 울림이 된다. 하지만 이제 그가 이 세상에 존재치 않으니 나는 그저 이 수필집 한권으로 두고 두고 그와의 만남을  기꺼워하련다.


'어찌보면 두 남녀가 이루어가는 '우리'라는 단위의 인생은 단순한 연출의 누적에 의해서 결산되는 것인지 모른다. 약간의 용기와 성의만 있으면 가능한 연출을 우리들은 못하든지 안 한다. 구닥다리 세간에 대한 아내의 애착심은 그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내의 애착심을 존중해야지, 누비처네를 보면서 생각했다. --- p28


수필을 읽어보면 알게 되지만 누비처네가 무슨 말일까 싶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누빈 아기 포대기다. 누비처네를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후에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아내를 보며 무심한 남편을 나무라는 편지와 함께 돈을 부쳐온 아버지의 당부로 얻게 된 누비처네의 출처를 떠올린다. 그로 인해 제 자식을 만나게 되고 또 아이를 업은 아내와의 달빛아래 동행을 하며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들어 버리지 못하는 아내의 세간살림에 대한 이야기를 장군 멍군 하듯 주고 받는 부부의 이야기가 참 좋게만 여겨진다. 


누비처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만큼 구수한 단어들이 참 많이 등장하는 수필이다. 다랑논, 부엌 궁둥이, 사기등잔, 살포 등등. 그리고 그에 얽힌 그의 이야기는 어딘지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참 정겹다.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고 그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사물들을 되새겨보게 해주는가 하면 그에 딸려오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제 힘으로 감당할수 있으면 앞자리로 나서 브이자 대형을 날아가는 기러기를 빚대어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장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는가 하면 할머니와의 소나기를 맞던 기억, 아버지와의 추억등등 참 많은 추억들이 참 짤막한 한편의 수필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수필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누군가의 삶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하는 수필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분명치 않은 사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떤 것인지 어림짐작이 가능케 하는 시골스러운 문채와 옛스러운 문장으로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담긴 이런 수필이 참 좋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도시생활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누비 삶과 사물에 대한 정취가 가득한 이 수필집은 내게 그리움 가득한 추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책이 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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