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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 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오근재 지음 / 민음인 / 2014년 2월
평점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ㅡㅡㅡ 윤종주의 서시 ㅡㅡㅡ
우리가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떠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탑골공원을 이야기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되어버린걸까? 서울의 탑골공원, 종로3가, 낙원동 뒷골목등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나이들어 모여들게 된 공간들을 의미하는 퇴적공간. 왜 책의 제목이 퇴적공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저자가지금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려는듯 지은 제목인듯 하다.
어제는 딸아이가 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싯구를 들먹이며 윤동주 시인의 시라느니 어쩌느니 하길래 이제 막 시작하는 새파랗게 젊은애가 왜 그런 시를 들먹이냐고 했는데 아마도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딸아이는 그냥 그러니까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젠 내나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줘야 하는 나이인기보다하는 서글픔도 들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어야 할 내 미래라는 생각을 하니 아직은 그래도 젊은 내가 뭔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반성하게 된다.
[당신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 는 이 문장이 심장을 덜컥하게 만든다. 아직 한창일때는 누구도 자신이 노인이 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채 마냥 젊은채로 살아 갈거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어가고 부터는 정말 늙어간다는 생각을 종 종 하게 된다.
마음과 달리 노쇄해가는 육체와 기억력 감퇴! 하루하루 거울보는 일이 서글퍼지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낮잠과 일찍 눈떠지는 현실을 마냥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가까운것을 보기위해 안경을 들어 올리거나 오히려 손을 멀리 해야하고 날이 궂을땐 관절이 쑤시고 앉았다 일어나면서는 아이고가 절로 나온다.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는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저자는 교수직을 퇴임하고 노인들이 머무는 공간을 더듬어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 갈곳을 잃은 작금의 노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의술의 발달로 무병장수를 누리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늙게 되니 맘대로 죽지 못하는것이 한이 되는 시대라니...ㅠㅠ 머물 공간이 없어 서로 나이 먹었음을 탓하지 않을 사람들끼리 모이는 공간이라니,,,
어르신들. 이제는 노인이라는 호칭을 어르신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로 했단다. 그런다고 노인이 젊은이가 되는것도 아닌데 호칭만 존중한다고 해서 노인이 존중되어 지는 것도 아닌데,,, 나도 이제 곧 그 대열에 끼게 될테니 나몰라라 하지 못하게 되는 단어! 어르신이라 말만 높여 부르고 있는건 아닐까? 곧 어르신이라고 불리게 될 나의 미래를 생각하니 서글픔이 밀려온다.
어느새 나이든 그들을 위해 혹은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짐을 주지 않기위해 혹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사회가 진정 따뜻한 이불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러기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저자 또한 나이 퇴직하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서야 그 대열에 끼게 되면서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내 쫓기고 가족에게까지 내 몰리게 된 어르신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자신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담아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노인들이, 어르신들의 현실만 공감하고 마는 책이 아니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고 했던 박범신의 소설 [은교]의 한 문장이 퍼뜩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