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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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여년도 전에 출간했던 소설을 다시 출간하게 되는데는 작가의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를 볼때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던 나라들이 자신들의 죄를 사죄 받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우리와 제일 가까운곳에 있으면서 전쟁과 침략으로 수없이 많은 죄를 지은 일본의 경우는 참으로 다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고 큰소리를 친다. 여전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데다 정신대에 끌려간 사람들에 대해 사죄는 커녕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때때마다 한번씩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망발을 일삼기를 서슴치 않는다. 일본 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우리 교과서조차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즈음 그런 사실에 분개한 김진명 작가는 아주 오래전에 썼던 소설을 살짝 다듬어 과거 아픈 역사를 지닌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하는지, 용서를 구할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다시 한번 각성시키고자 한다. 


일본의 황태자비는 공연을 보던 도중 철저한 경호를 따돌리고 아무도 모르게 납치되고 만다. 사람들이 많고 주변이 확 트인 공간에서 말도 안되게 납치가 된 황태자비를 찾기 위해 미제 사건을 해결하며 대활약을 펼쳐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다나카가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의 추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다 어찌나 침착하게 일을 해결해 나가는지 누구라도 그앞에서는 자신의 죄를 술술 불어버릴것만 같다. 황태자비의 친구를 사칭한 납치범을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가지 정황을 듣고 그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 내게 되고 그들의 도주로를 추측하고 검문일지를 보며 어딘지 어색한 음주운전 단속을 실마리로 납치범의 행방을 추측하게 되는데 그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미국으로 도주한 뒤다. 


그리고 납치범과 황태자비가 머무는 공간으로 이야기는 바뀐다. 자신을 납치해 왔지만 무례하게 대하지 않고 자신을 최대한 배려해주는 납치범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는 황태자비는 두어번이나 탈출할 기회를 갖게 되지만 스스로 그 순간을 거부하고 만다. 납치범은 한국인이면서 이곳의 유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과거 이야기와 예의바른 태도에 감명받은 탓도 있지만 납치범으로부터 알게 된 중국 난징학살의 사실과 한국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황태자비는 그를 오히려 도와주기까지 한다. 황태자비를 납치하고 일본에게 내건 요구조건은 일본이 숨기고 있는 어떤 문서의 공개와 아주 오래전의 신문기사일 뿐인데 황태자비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끝까지 문서를 공개하지 못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공개되지 않는 문서와 신문기사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었다. 물론 그 문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뒤의 문서 내용만으로도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문서의 공개가 가져온 충격은 비단 일본의 황태자비가 느끼는 그것 이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떨땐 현실을 바로보지 못할때가 있는데 그동안 내가 그래왔던거 같은 기분에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가지게 된다. 사람 목을 치며 내기를 하고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전을 벌였다는 난징대학살의 이야기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명성황후의 시해의 사실은 정말이지 그들을 인간이 아닌 짐승보다 못한 것들이라 욕하고 싶게 만든다. 


김진명 작가의 놀라운 이야기는 소설의 끄트머리에서 그 빛을 발하는듯 하다. 어쩌면 허황된 바램일지도 모르지만 사건을 맡은 다나까나 황태자비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왜곡된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지와 정치와 타협하지 않는 일본인의 양심적인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되고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이지만 과거 일본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황태자비 스스로가 과거의 죄를 낱낱이 밝히는 모습에서 일본 또한 자신들의 역사를 바로 보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것 또한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 또한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알고 그들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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