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지음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편의점 사회학이라는 책 제목만으로 굉장히 어려운 책인줄만 알았다. 사람이 참 철학, 인문학, 사회학등의 무슨 무슨 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딱딱하게 굳는 기분이 드는지,,, 그런데 이 책이 배달되어져 온 날 책상위에 놓여진 책을 가장 먼저 집어든 사람은 우리 신랑이다. 평소 그렇게 많은 책이 와도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랑이 어쩐 일로 책을 집어 들고 그것두 한참이나 들여다 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럴만도 하다. 


집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눈에 가장 먼저 띄고 제일 많이 보이는 곳이 바로 이 편의점이다. 언제부터 편의점이 생겨났는지 어느순간 우후죽순처럼 솟아 나더니 이제는 동네수퍼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대신하고 있다. 이 책은 편의점에 대한 유래와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등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는지를 속속들이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사회학이라는 제목을 단것처럼 무지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아닌 무척 공감이 가고 흥미가 이는데다 나의 편의점에 대한 시각까지 들여다 보는것같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얼마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이 퇴임후 동네 편의점 아저씨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편의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웹툰으로 인기를 끌었던 '와라 편의점'이라는 만화에서는 편의점 알바생과 고객과의 웃지 못할 이야기가 인기를 끈적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속, 영화속, 드라마속에서 속속 등장하는 편의점이 어느순간 우리 곁에 살며시 찾아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이 되었는지 되짚어 생각해 보게 만든다. 


1920년대 인류의 위대한 발명인 냉각기술의 발달로 사우스랜드라는 제빙회사가 얼음 판매를 시작하면서 동네 주민들의 냉장고나 냉동고에 불과했던 그곳에 사람들의 생필품을 구비해 팔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곧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의 시초가 된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이 편의점을 가장 빨리 받아 들였고 우리는 20년이나 후에 편의점을 열게 되지만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편의점의 문턱을 높게 받아들여 곧 문을 닫고 만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1989년 세븐일레븐이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점에 문을 열면서 서서히 편의점시대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 불과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도심, 농촌, 어촌, 섬등 축제장까지 찾아가는 트랜스포머 편의점까지 등장해  편의점이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븐일레븐의 로고중 'ELEVEn' 끝 글자가 소문자인 것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

편의점이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일단 편의점을 떠올리면 통유리창으로 들여다 보이는 진열된 상품들이 매혹적으로 다가오고 무엇보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물건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밤 12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에도 찾아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수 있는데다 컵라면이나 도시락으로 한끼 식사를 때울수도 있고 이제는 카드가 아닌 티머니로도 계산이 가능한데다 물건을 고르고 사는데 있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 편하게 드나들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지금의 편의점 시대를 이끌고 있는듯 한 기분에 사실 좋기만 한건 아니다.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이 편의점이다. 급하게 사야할 물건이 생겨서 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 편의점에 가면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수도 있고 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것들을 기념품으로 살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언어조차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참 편리하기 이를데 없는 공간이 바로 편의점이다. 그만큼 이제는 편의점이란 생필품을 비롯 먹거리와 사람들의 취미에 관련된 물건들, 우체국, 민원창구등 거의 모든것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네 상권을 빼앗고 에누리 없이 정가 그대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 살림을 하는 주부입장에서는 잘 가지 않는 곳이 되게 하고 또 청소년을 비롯해 사람들에게 유해한 담배와 술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불편하며 그곳에서 마땅한 시급을 받지 못하고 고생하는 알바생들에 대한 처우가 몹시 불쾌하다. 게다가 그들에게 기한이 지난 것들을 공짜로 나눠주는것처럼 하는데다 한끼 식사로 대체하게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무엇보다 편의점을 운영해 나가는 점주보다 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주는 곳이라는 사실은 씁쓸하기 그지 없는 정말로 불편한 진실이다. 

 




(편의 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연령층과 선호하는 상품과 물건의 유통을 모두 파악하게 만든 편의점 포스기)

저자는 작가들의 책속에 등장하는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해 지금 우리들에게 있어 편의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왜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아 가는지, 우리가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있어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 또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보를 그들에게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흥미롭게 펼쳐보이고 있어 책속에 등장하는 참고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끌어 내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서민들의 상권을 장악하고도 서민들에게 참으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편의점이 과연 누구를 위한 편의점인지를 생각해봐야하고 더불어 공존해갈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편의점 사회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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