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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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즐겁게 책읽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건 이야기의 소재보다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필력때문이 아닐까 싶다. 벌써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어쩐지 음산한 느낌이 들고 소름이 돋는다. 빨간 모자에 등장하는 그 나쁜 늑대가 이번엔 어떤 사악한 짓을 일삼는걸까? 말로만 듣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을 드디어 읽게 되다니 어쩐지 기대감에 설레기까지 한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에 취해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어느 여자 아이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얼키고 설키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번갈아 전개가 되고 아직 시체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사건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어느 방송의 유명한 아나운서가 폭행을 당해 발견되는가 하면 심리 상담사가 말라 죽는 또 다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게 된다. 물에서 건진 여자아이의 시신을 인어공주라 부르며 살인사건을 담당한 경찰들이 피아라는 여형사를 둘러싸고 사건을 추리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다정다감한 아버지가 딸아이를 데리고 아저씨들이 모여있는 파티장에서 빨간 모자와 늑대 놀이를 한다. 그런데 동화속 주인공이 되어 그 순간이 마냥 즐거운 그 여자아이는 그 이후로 그순간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소설이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에 무척 당혹감을 느낀다. 동화가 사실은 무섭고 잔인하고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 작가는 그런 사실을 빗대어 상상하기도 싫은 아동성폭행을 소재로 동화속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지 기발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살인 사건만을 다룬것이 아니라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삶과 심리를 들여다 볼수 있게 하는 이야기 전개 또한 무척 흥미롭다. 아동성폭행으로 보호감찰 대상이 된 한때는 꽤 잘나가던 변호사의 이야기는 내내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살인 사건을 맡은 여형사 피아는 엉겁결에 맡게 된 열살 릴리를 돌보며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엔 범인의 인질이 되는등 이야기가 무척 긴박하게 전개된다. 만삭이 되어 곧 둘째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엠마는 남편과 딸아이와의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데 딸아이가 남편에게 성폭행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독자까지도 공감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는건 맞는데 익숙치 않은 이름의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 가끔은 좀 헷갈릴때가 있다. 그리고 여러 사건들이 얼키고 설켜 있어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책을 읽다가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사회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막강한 배후를 등에 업고 증거조차 남지 않는 아동 성폭행과 성매매를 행하고 있는 것이 비단 소설속에만 존재하는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참으로 화가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당하기만 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수 있게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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