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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철학서라고 해야할까? 때로는 너무 진지하다 못해 건조하게까지 여겨지는 이야기가 있다. 담담히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듯한 문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고 고통받게 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관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고통과 상처로 가득한반면 참으로 건조하게 전개되고 있다. 프로이트라 하면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으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동생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한가지 이 책은 프로이트가 왜 누이들을 죽게 내버려두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님에도 책 소개가 그쪽으로 너무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
나치가 쳐들어온 그 때 프로이트는 자신의 가족과 주치의의 가족, 가정부와 기르던 강아지까지 데리고 런던으로 망명을 가지만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여동생과 다른 누이들은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채 나치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만다. 가스실로 끌려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프로이트의 여동생은 이제 자신의 생이 다하려는 그 순간, 태어날때부터 고통이었으며 오빠로부터 받은 충격과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등 고통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아주 세밀하게 들려주고 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 거죠,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는 사람처럼. 죽음이라는 곳에 있는 것들이 지금 내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살아 있겠죠, 차라리 죽으면 지금보다는 정신이 더 살아 있을거에요, 지금은 두개의 존재 사이, 삶과 죽음 사이의 과독에 있어서 산것도 죽은것도 아니에요,' ---p273
그녀의 삶속에는 우리가 그 이름을 들어 알만한 인물들이 간혹 등장하는데 구스타프 클림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녀가 클림트의 누이 클라라와 함께 광기에 빠진 사람들이 머무는 정신병동에서 함께 지내며 괴테박사와 함께 광기에 관해 논쟁하는 부분이나 그녀의 오빠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자신이 꿈꾸던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삶과 행복과 죽음과 불멸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것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을 조금 더 심오하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내 삶이 시작할때 고통이 있었다. 감춰진 상처에서 소리없이 피가 흐르듯이, 뚝뚝 한 방울씩.' -p46
늘 그녀의 엄마는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일구지 않는 그녀를 보며 그 탄생을 저주하는 말을 하곤 한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보려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투표권을 주장하던 클림트의 누이 클라라처럼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스스로를 고통의 삶속에 버려두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장, 가스실에서의 마지막 순간, 살아오며 고통스러웠던 모든것을 잊겠다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절규가 되어 귀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