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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책을 읽고 무얼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게 될때가 있다. 책이 너무 별루여서일 때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책이 너무 좋아서 무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다. 미치오 슈스케의 책으로는 언젠가 [까마귀의 엄지]라는 작품으로 첫 만남을 가진적이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데다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 또한 빠지지 않았던 그의 책이 참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여러편의 동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믹서해 한편의 멋진 기적같은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어 또 한번 이 작가에게 놀라게 한다.
책에는 세개의 각각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와 하나의 에필로그가 등장하는데 사실 이야기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첫번째 이야기 [빛의 상자]에서는 동화작가가 된 케이스케가 정말 오랜만에 동창회를 가게 되면서 어린시절 추억속의 야요이를 떠올리게 되는가 하면 야요이 역시 동창회를 가면서 자신이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했던 케이스케와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 서로 같은 시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듯 하지만 우리는 작가의 작전에 깜빡 속아 넘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놀라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게 되는 이야기로 인해 감동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 [어둠속의 아이]는 동생을 보게 된 리코의 성장 이야기다. 이 작가의 놀라운 면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유치하지 않고 서로 깊이 연관지어 진다는 사실이다. 할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새로 태어날 동생때문에 성장의 아픔을 겪게 되는 리코가 읽는 동화책 이야기에도 점 점 같이 빠져들게 되는데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게 되는 조금은 스릴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저물녘 이야기]에는 아내를 먼저 잃은 한 노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내와 함께 하던 일을 마무리 하고 자신도 함께 죽기를 결심하는 요자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바로 어린시절 자신의 아내에게 들려주었던 지어낸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도 동화작가 케이스케가 자신의 어린시절 그 집을 수리해서 살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 어떤 부탁을 하게 되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찌릿하게 한다.
미치오 슈스케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여러가지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속에는 루돌프의 빨간코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가 몰랐던 산타할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전개 되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뜻밖의 즐거움과 놀라움을 준다. 두번째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동화는 바로 첫번째 이야기속 주인공 케이스케가 만든 동화다. 독특한 이야기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주인공 리코가 성장하는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할아버지가 지어낸 풍뎅이와 반딧불이와 도마뱀붙이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속에는 아주 깊이 있는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다. 이들 이야기는 모두 주인공들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모든 이야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거리에 넘쳐 흐르는 캐롤송, 그중에 노엘이라는 노래는 예수의 탄생을 노래하는 거룩하면서도 가장 크리스마스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드는 노래다. 산타를 대신해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것이 전혀 뜻바끠 산타의 기적인것처럼 어쩌면 크리스마스를 얼마 안남겨두고 이 책이 출간된것도 미치오 슈스케가 만들어내는 기적의 일부분이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서로 연관지어져 마치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듯한 이야기가 너무 억지스럽다거나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이 노엘이라는 노래만큼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유난히 추운 이 겨울,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