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 우리가 음악을 돈주고 사서 듣기 시작한걸까? 입을 열면 저절로 흥얼거려지게 되는 노래를 누군가 악보로 만들어 먼저 발표했다고 해서 그 노래가 그 사람만의 것이라는 법이 도대체 언제부터 적용이 된걸까? 좋은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는 알지만 그걸 들어주는 청중이나 관객이 있으니 그거면 된거 아닐까? 그렇게 치자면 아주 오래전에 음악을 만든 쇼팽 베토벤 모짜르트 같은 사람들에게는 저작권료를 어떻게 지불해야한다는 말인지,,, 그리고 그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에게도 돈을 내야 맞는 얘기가 될듯한데 이런 저작권법에 대한 현실을 비꼬는 풍자적인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이어제로! 

 

이어제로란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의 음악을 듣고 뇌출혈을 일으킨 그때로부터 시작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무엇이건 지구의 인간들보다 몇백배 앞선 외계인들이 의외로 음악을 더럽게 못한다는 사실이 참 의외다. 저자는 부러 이런 발상을 소재로 무언가 사람들의 간지러운 등을 긁어주고자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 외계인들이 지구의 음악을 듣다보니 지구에 새로 생긴 저작권법으로 인해 빚을 잔뜩 지게 되었단다. ㅋㅋㅋ 그런데 그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지구를 침략하려 한다니,,,

 

지구의 인간들은 외계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구분을 못하고 있는데 무슨 빚? 그런데다 이름이 똑같다는 가수로 착각하고 지구의 앞날을 상담하려 찾은 사람은 법률회사 변호사중에 가장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하급 변호사! 이거야 원, 지구인들보다 수천배는 똑똑해야 맞을거 같은 외계인들이 어째 좀 어리숙한 느낌이 든다. 외계인의 방문을 받고도 자신의 장난꾸러기 형이 꾸민 짓일거라 철썩같이 믿으려 하는 주인공 닉, 그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이 외계인들로 인해 앞으로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못 기대가 되는데,,,

 

이 소설은 풍자와 해학이 요모조모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소설인건 맞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너무 장황하다는 느낌도 들고 이렇게나 길게 이야기를 끌어 가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약간 어수선한 미국 코미디 프로 몇편을 연이어서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다 어휘와 용어들이 쉽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도대체 이야기가 언제쯤 끝나려는걸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외계인들의 방문을 받은 닉이 형과 만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고, 여자친구와 코믹한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외계인 방문자를 만나는가 하면 이상한 외계물건을 접하고 요리조리 탐구를 하고 외계인들과 함께 주름을 타고(왜 하필 주름인지,,,ㅋㅋ) 그들의 세계로 넘어가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의 오락방송을 재현해 내고 있는 그들의 아버지를 만나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지구에서도 외계인을 믿지 못하듯 외계에서도 지구인의 방문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코믹했으며 아버지의 가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를 진짜로 믿고 지구를 구하겠다고 지구로 넘어간 두 외계인 남매의 이야기도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웃음이 난다. 

 

아무튼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섰던 두 남매의 엉뚱한 행동이 가져온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할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며 늘 설명을 들어야하는데도 그들과 함께 하는 주인공 닉의 활약이 요소마다 웃음을 가져다 주기는 하는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외계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용어들이 좀 낯설고 생소해서 이야기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뭐 우리에게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으니 대충 대충 눈치채고 넘어가면 그만!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우리 지구의 음악이 참으로 놀라운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 정말 지구의 음악을 듣고 까무러칠 외계인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들을 맞아들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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