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나서영 지음 / 젊은작가들의모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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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 있다. 글을 쓰며 즐거운 만큼 글을 읽는 독자들의 시간도 즐겁기를 바란다. 이것 외에 더 바랄것이 없다. 나는 이것만을 바란다. --- 작가의 말

 

나서영출판사에서 보내온 작가님의 친필 사인본을 받아들며 무척 설레었다. 글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억원의 돈을 지금도 독자의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려니 작가가 애써 써 놓은 글을 너무 무심하게 읽은건 아닌지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이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주제 넘을듯 하고 그냥 책속의 이야기가 주는 느낌을 써보고자 한다. 실은 이것조차 송구하다. 그냥 독자가 직접 작가의 글을 만나 스스로 느끼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글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고아원에서 함께 사랑을 싹 틔운 주인수와 이아영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야기가 점 점 진행되면서 여러 주변인물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게 되는데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꼭 한편의 드라마 대본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혹은 각 인물들이 나레이터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릴적 사랑했던 기억을 잊지 못해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아영, 자신의 처지에 비관해 삶의 희망도 없이 골방에 틀어박혀 하루하루 지내기에 급급한 인수, 운명의 신이 이제는 그들을 맺어주려 하나보다 싶은 순간 전혀 엉뚱한 인물이 먹이를 노리고 있던 독수리의 발톱처럼 그들의 운명에 파고들게 된다. 아영의 단짝 친구 현숙은 어릴적 사랑때문에 실의에 빠져 넋을 놓아버린 친구를 위해 옛사랑의 흔적을 찾게 되지만 그것이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을 자라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주인수는 아영과는 점 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어릴적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주던 나서영(참고로 남자),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까지 하지만 자신의 한계에 부딛혀 화가로서의 길을 포기하려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했던 아영의 목숨을 구해주기까지 하지만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주인수를 만나 그의 천재적인 그림실력을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인수와 친구가 되어 그가 자신이 마음속에 품었던 그녀와 어릴적 사랑했던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김현숙으로 인해 아영을 만나 그녀를 유린하는가 하면 인수의 그림까지 갈취하게 된다.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이 죄인지 진짜 사랑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데 나서영은 자신이 아영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육체를 탐하게 되고 그런 장면을 목격한 김현숙은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여자를 육체적으로 취하는 이야기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다 천재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주인수의 그림을 도둑질하며 뻔뻔하게 행동하는 그는 어쩌면 욕망과 야망이라는 악마에게 자신의 혼을 내어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결말에 있어서도 그를 단죄하는 이야기가 없어 무척 서운했던것도 같다.

 

어릴적 아영과의 이별을 앞두고 그녀에게 이별 선물로 건냈던 흉측한 그림은 아마도 이들의 운명에 드리워진 참혹한 운명을 미리 예고한것인지도 모른다. 결말 부분에 있어 뜻밖의 이야기가 등장하게 되는데 아영과 인수의 삶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결말이 주는 느낌이 서운한것은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나의 취향일뿐 막장 드라마가 은근 중독성이 있어 결말에 이르기까지 보게 되는것처럼 책은 어쨌든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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