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마주치다 -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꽃에 대한 유래와 꽃을 주제로 한 옛선조들의 한시와 꽃이 담겨 있는 옛그림과 저자의 꽃과의 조우를 담아 놓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려니 저자의 처음 책인 [꽃, 들여다보다] 가 궁금해지네요, 어릴적엔 꽃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는데 나이들면서는 왜 그렇게 꽃이 좋은지 길가다 마주치는 자그마한 들꽃조차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구요, 아마 이 저자 또한 그런 마음에서 이런 책들을 만들어 내는듯 합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듯해요, 아무리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꽃에 대한 무한 애정이 담긴 책이랄까요?

 

 

 

책을 펼치다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꽃이 이 능소화더라구요,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것에 먼저 눈이 간다더니 정말 그런듯합니다. 한 여름 담너머로 혹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축 늘어지게 피는 능소화는 그 색과 형태가 어찌나 생생한지 비바람이 한번 불고 가도 꽃이 생생하게 통째로 떨어져 인상적이거든요, 슬픈 사연을 담은 꽃이기도 하지만 꽃에 독이 있어 눈이 멀수도 있다는 막연한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꽃가루가 가시 형태여서 각막이 손상될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고 싶은건 저도 저자와 같은 심정입니다.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셔서 두루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깨우쳐 글쓰고 읽기가 수월해졌지만 우리말이 대부분 한자어다보니 본래 가지고 있는 한자어의 뜻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럴땐 한자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 한자 속에 담긴 속뜻을 누가 풀어주지 않고서는 알수가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특히 한시를 접할때면 그런 현실을 통감하게 됩니다. 몇글자 되지 않는 저 한자속에 참 많은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렇게 어려운 한자로 대화를 하고 편지를 주고 받는 옛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걸 감사히 여겨야할거 같아요!

 

 

 

 

 

 

요건 열대에서 바나나 열매를 맺는 자라는 파초라는 식물입니다. 예전 쌍둥이 형제 수와진이라는 가수가 불렀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이 파초를 가끔 옛 그림에서 만날때가 있습니다. 원래 열대에서는 섬유나 열매를 얻고자 심었던 식물이지만 남방으로 옮겨 오면서는 그 넓은 잎이 드리워주는 그늘이 주는 시원함 때문에 심었다고 합니다. 혹은 넓은 파초 잎에 시를 적고 글씨를 적는 종이로 쓰여지기도 했다는군요,

 

 

 

 

얼마전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에서 만났던 김홍도의 그림을 예서 보니 더 반갑네요, 선비가 파초를 깔고 앉아 당비파를 불고 있는 그림입니다. 이처럼 조선후기의 문인화에는 배경그림으로 이 파초가 자주 등장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옛그림을 많이 소장한 간송미술관에는 이 파초가 너울너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답니다.

 

 

 

 
오얏열매라고 들어 보셨을거에요, 하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꽃인지는 좀 아리송했어요, 이씨성을 가지신 분들은 아마 배꽃이라고 알고 있을텐데 이게 정확히는 자두꽃이라고 하더라구요, 얼마전 나무해설 이야기를 들으며 탐방했던 창덕궁에서도 이 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이제는 오얏꽃을 절대 잊지 못할거 같아요, 책에는 오얏에 얽힌 이야기들과 역시 한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봉숭아, 철쭉, 등나무, 수국, 나팔꽃, 패랭이꽃, 맨드라미등의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에 대한 이야기와 작약, 능소화, 찔레꽃, 인동초, 앵두, 회화나무, 자귀나무등 들어는 본거 같은데 어떤 꽃인지 아리송한 꽃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서향화, 오얏꽃, 파초, 석창포, 비차, 금전화, 거상화, 여지와 같은 낯선 이름의 꽃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미 아는 꽃이지만 멋드러진 한시속에서 느껴지는 감흥이 새롭구요 잘 모르는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알고 있는 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꽃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얼마나 꽃을 좋아했으면 찾기도 어려운 옛문헌을 들춰가며 꽃과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을까 싶어 이 저자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을 정도로 한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꽃과 마주치게 되면 한시를 한수 떠올리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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