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탐정과의 흥미로운 만남

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대학생 딸아이가 보더니 왠 오래된 책이냐고 묻는다. 오래전 책꽂이에 꽂혀 오래 오래 묵다보니 빛바랜 표지같은 이 책. 미안하지만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허나 실상 따지고보며 속은 오래묵은 옛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오래된 책이라고 할수도 있을듯한데 이처럼 그냥 겉모습만 보고 책이 오래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잘못된 사실들을 꼼꼼이 살펴 진상을 박혀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탐정이라 부른다. 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하기 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예리한 직감과 꼼꼼한 관찰력을 가지고 진실을 밝혀내는 조선의 명탐정이라 불릴만한 인물들을 만나보자.

사실 조선명탐정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종종 티비 드라마에서도 소재 삼아 다루는 이야기라 새로울거 없는 책 제목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들이 남다른 직관과 관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물론 세종대왕, 정약용 정조등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도 있지만 희대의 폭군, 연산군이나 이름 없는 서흥부사와 같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조선왕조 실록이나 흠흠심서등의 역사서들 속에 종 종 등장하는 실제 사건을 해결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다 그와 비슷한 외국 소설속 탐정들의 활약상까지 덤으로 비교해 볼 수 있어 혹시나 내가 아는 탐정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어 통역관 일을 하던 왜통사의 한밤중 살인사건의 정황들을 전해 듣고 그저 앉아서 끈기와 인내로 기다린 끝에 사건을 해결한 세종대왕은 콜린 덱스터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증거나 정보를 전해들은 것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 모스 경감과 닮아 있다. 간통과 같은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을 현장의 정황과 시신의 상태를 살펴 범인을 지목해낸 이휘는 권력에 맞서 소신껏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로 랜덜 개릿의 다아시경을 닮았으며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볼줄 알았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연산군은 도적인지 의적인지 구분이 안가는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속 아르센 뤼팽과 비슷하다. 오랜 시간속에 묻힐뻔한 살인 사건을 사건의 정황만으로 진실을 파헤쳐 죽음의 진실을 밝힌 인물, 암행어사 심염조가 전국을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듯 리 차일드 작품속 잭 리처는 미국전역을 유랑하며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잘아는 인물 다산 정약용은 역시 예상대로 셜록 홈즈를 닮아 있다.  

우리 역사속에 존재했던 남들과 다른 직관을 가지고 있었던 16명의 인물들을 만나보고 있으려니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치정에 얽힌 살인이거나 부모가 자식을 혹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등 가족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어 너무도 당황스럽고 죽이는 방법이 참 잔인하다. 어쨌거나 책이나 사람들의 증언을 발판으로 상처의 모양과 사건의 정황과 여러가지 증거물만으로 거짓속에 가려져 억울한 누명을 썼을지도 모를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줬던 조선의 명탐정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