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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ㅣ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번 [신데렐라 카니발]이라는 소설로 처음 만난 안드레아스 프란츠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그 살인 방법이 너무도 잔악무도해서 읽기에 좀 끔찍한 소설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책 역시 마찬가지로 살인자의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장면이 묘사된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끔찍한 살인을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범행 대상이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사실때문에 그가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잔악무도한 살인자로만 몰 수 없는것 또한 사실이다.
이야기는 이제 막 십대에 접어든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술과 마약이 난무하는 파티에 간 이후로 어딘가로 끌려가게 된 그녀는 매춘을 하며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데 그녀를 찾아온 오빠에 의해 구출되기 일보직전 잡히고 만다. 오빠의 죽음 이후 그녀 또한 술과 마약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되고 두 아이를 그렇게 잃은 부모는 상실감에 빠져 그 어머니는 정신을 놓았으며 그 아버지는 복수를 꿈꾸게 된다. 복수의 그날을 기다려 칼을 갈던 그 남자의 복수는 열두송이 백합과 성경구절을 인용한 편지 한통으로 그 서막을 알린다.
청산가리를 이용해 독살을 하고 목을 자른 후 그 피로 이마에 666이라는 숫자를 쓰고 두눈을 찌르고 고환과 성기를 잘라 얼굴옆에 나란히 늘어놓는 살인수법으로 늘 같은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범은 범행을 저지를때마다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지만 백합과 다음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를 뒤랑형사에게 남긴다. 그의 범행대상은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데다 사회적으로 그 인격과 덕망이 높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수사를 하면 할수록 그들이 얼마나 비도덕적인 인간들인지가 밝혀지면서 점 점 살인범의 행동을 이해하기에 이르는데 그들이 높은 지위에 있어 법망을 쉽게 피해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단죄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가 끝인걸까? 돈과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태적인 성욕을 불태우고 심지어 자기 자식은 말할것도 없이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데 이용하는 인간이하의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누구도 쉽게 단죄할 수 없는 그들을 악마의 숫자 666을 세기며 하나씩 죽여주는 이 살인범을 우리는 어떻게 비난할수 있을까? 살인을 방관할 수 없는 뒤랑형사 또한 어느새 그를 응원하는 입장에 서게 되듯 독자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범죄스릴러추리소설처럼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아니고 또 전혀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이야기는 좀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그냥 한 사람의 완벽한 복수를 보여주는 소설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완전 범죄는 있을수 없다지만 어쩌면 이 책속의 살인범은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고 성공한 한사람의 범죄자로 기록될듯 하다. 그 범죄의 대상이 선량한 사람도 아닌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란 사실에 독자들로 하여금 공범이 되게 만드는 소설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