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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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내가 알고 있는 칸트는 시간을 굉장히 아주 잘 지키는 철학자다. 오죽하면 그가 산책을 나오는걸 보고 사람들이 시간을 맞췄을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칸트가 사는집 이야기가 아닌 갑작스럽게 바닷가 마을에 이사를 오게 되어 당혹스러운 열무와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다른, 무엇이건 규칙에 맞춰 칸트처럼 시간에 맞춰 행동해야하는 형 나무와 칸트처럼 시간에 맞춰 산책을 하고 알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소장님과 서로의 마음속에 집을 지으며 소통과 공감과 어우러짐을 보여주는 아야기다. 


두살이나 많지만 늘 자신과 같은 반 짝궁을 하고 보살펴야햐는 형때문에 불만이 많은 열다섯살 열무는 가만 책을 읽다보면 형을 사랑하는 그 속내가 빤히 보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자신이 하고 싶은것은 꼭 하고야 마는 어린 아이의 정신연령을 가진 형 나무 또한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자폐나 아스퍼거 혹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이 또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그런데다 늘 코트를 입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다니지만 새를 몰고 다니는 소장님도 어찌보면 이 아이들과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을 귀찮아하는듯 하지만 거부하지 않고 무시하는듯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참 개성이 강한 캐릭터다. 


게다가 이 소설속에는 사투리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석금동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형을 보살피느라 형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열무에게 선뜻 손을 내밀고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석금동은 열무에겐 무척 짜증나는 형의 상태를 잘 깨닫지 못한다. 시골 아이들의 순박함인걸까? 축구 이야기와 바닷가에서 고기를 줍는 이야기와 꼬막을 잡는 이야기등 그곳의 삶의 형태를 아주 코믹하게 들려주는 석금동은 열무에게 있어서는 또래 친구와의 소통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존재다. 어찌 보면 너무 어른스러워지려는 열무에게 지금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말하는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랄까?


다 스러져가는 집들이 널려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산속에 보일듯 말듯한 관같은 집에 살며 새를 몰고 다니고 늘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사람이라면 형을 돌보는 일 이외에 할일이 없는 열무에게 있어서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다 형이 사라진 어느날 형이 그 관같은 집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누군가 죽어 나갔다는 그집, 정말이지 꼭 관처럼 네모나게 생긴 그 집으로의 힘겨운 첫걸음은 앞으로 이 두형제와 그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와 서로가 말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기까지의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새 감동의 물결이 되어 눈가를 촉촉히 젖게 한다.


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형이 생각이란걸 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바깥으로 내어 놓는가 하면 사람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대사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가 하면 열무와 소장님과의 대화는 무척이나 진지하다. 개똥철학을 펼치는 소장님에 대해 못마땅한듯 여기지만 어느새 열무 또한 개똥철학을 주워삼기고 있으며 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시로 듣는듯 하지만 하나도 흘려듣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끈끈하고 진지하고 따뜻하다. 하루중 소장님의 집으로 가는 시간을 가장 기다리는 이 두아이들처럼 차갑던 한겨울 코트주머니속에 스리슬쩍 비집고 들어온 아이들의 따뜻한 손을 놓치고 싶지 않은건 소장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픈 과거를 가지고 스스로를 벌주며 살고 있는 소장님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두 아이들과 모든것을 나누고 교감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만든 소장님의 이야기는 명작 동화 [거인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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