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집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 관한 책이라면 무조건 들춰보게 된다. 보통은 집 인테리어나 갖가지 형태의 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집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집이란 사람이 살고 있어야 집이 되는것이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집이 아닌 그냥 건물일뿐이지 않을까 하는... 책의 저자는 바로 그 사람이 사는 집에 하루 혹은 오랜시간을 머물면서 그들의 생활에 젖어 함께 자고 깨고 음식을 나누는 그런 집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참 흥미롭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울때는 아이 친구 엄마와 헤어질때면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라는 말이 흔한 인사말이었다. 물론 진짜 집에 놀러오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형식적으로 나누는 인사일수도 있는 그 멘트! 언제부터 사라져 버렸을까? 자신의 집에 불러 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은 어쩌면 내 속을 다 보여주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세계각지를 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집에 머물렀던 저자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만 하다. 그만큼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어도 좋을만큼 저자를 친밀하게 느낀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저자는 진짜 좋은 친구들을 참 많이도 가지고 있다는 그런 부러움!

 

친구의집, 혹은 친구의 친구의 집, 우연한 만남에 의해 초대받게 된 집에 머물게 된 저자는 그들의 공간속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들과 한가족이 되어 버린다. 집 주인들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며 놓은 집안 풍경에 저자 또한 빠져들어 잠시지만 머무는 동안 한껏 그 순간을 즐긴다. 함께 어떤 재미난것들을 계획하는가 하면 인생을 논하기도 하며 그 도시를 여행하며 친구를 만나고 주인이 없는 집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또 때로는 그들이 희망하는 것을 이루어주기도 한다.

 

혼자 사는 남자, 한두번의 결혼 실패후 다시 만난 운명의 여인과 함께 빵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오토바이로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커플, 요리사가 아닌데도 요리를 겁나게 잘하는 피아노의 장인, 온 마을이 자신의 금속 공예품으로 가득한 하나의 전시장같은 섬에 사는 남자, 아이를 넷이나 키우며 별장으로 여행을 떠나 보물찾기를 하며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 바람기 많은 남자친구와 사는 여자, 배우이면서 타이 마시지를 하는 여자등,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집이란 공간속에 초대 받는 사람이나 초대하는 사람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신뢰하지 못한다면 결코 즐거운 시간을 누릴수가 없다. 그런데 어느 집에서나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자신 또한 그속에 빠져드는 저자의 성격이 좋아서인지 저자를 초대한 그 집 사람들이 좋아서인지 저자의 집을 여행하는 이야기는 내내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어릴때 배개여행을 하며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즐거움에 마냥 들떠 있던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보니 타인의 집에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며 설레임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수많은 집들에 둘러 쌓여 있다. 하지만 어느 집 하나라도 나를 선뜻 머물게 해줄 그런 집이 있을까? 저자의 집 여행 이야기를 보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져버린 지금의 상황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어느집 문을 열건 나를 환히 반겨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함께 잠이 들고 함께 눈을 뜰 수 있는 그런 집 여행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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