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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 그냥 심심풀이로 글을 썼는데 그게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책은 읽지도 않고 문단에 등단한 적도 없는데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를 내는 얼굴없는 작가가 등장한다.
우연히 그와 같은 동네에 살게 된 주인공은 그와 인연이 되어 그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낱낱이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된다.
세들어 사는 집 옥상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주인공은 내내 옥상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김용휘라는 중년의 남자를 알게 되고 갖가지 인생 상담을 하게 되면서 옥상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져 버린다.
그대신 엉뚱하게도 그 관심사는 얼굴없는 작가 방세옥과 왠지 모를 비밀에 쌓인 김용휘에게로 옮겨가게 된다.
어느날 기자라는 사람이 찾아오고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방세옥이라는 작가가 바로 김용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자신의 책이 잘 팔리게 하기 위해 부러 불을 내거나 동네 개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등을 듣고 그 의문이 더 증폭되어진다.
인생의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자 주인공은 그런 사실들을 믿지 못하지만
멀리 타국에서 살다 귀국한 친구 제롬은 어쩐지 구린내가 난다면서 그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
결국 김용휘는 본인 스스로 자신이 방세옥이라는 작가이며 어떻게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데
책도 안읽는 그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우연하게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한 여인때문이라니 어딘지 로맨틱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를 쫓는 기자를 사칭한 한남자의 등장은 처음엔 무의미했다가 점점 그 비중이 커져만 가게 되는데
자신의 책을 방세옥이라는 작가가 베껴 써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치만 이 사건 또한 방세옥을 시기 질투한 나머지 독자적으로 꾸민 자작극이라며 흐지부지 되는가 싶다가
다시 이야기는 또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가 되고 결국 주인공은 처음 혼자였을때처럼 다시 혼자가 된다.
늘 저녁이면 서점을 돌며 자신의 책이 몇순위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수십권의 책들 사들이는 김용휘는
한번도 자신의 집에 주인공을 초대한적이 없으며 자신이 누군지 밝혀진 뒤에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옥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다가
베일에 쌓인 김용휘에게로 관심사가 옮겨가게 되고 그가 책을 낼때마다 어째서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책도 읽지 않으면서 왜 책은 그렇게 많이 사들이는지, 3층짜리 그의 단독주택은 도대체 어떤 곳이지
그에게 이토록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게 만들었다는 사랑하는 여자의 존재는 또 어떤것인지
왜 바깥으로는 나가려 하지 않는지 정말 특이하기 짝이 없는 그에 대해 주인공만큼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형식의 글을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했던가?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주인공처럼 그에 대해 나름 혼자 추측하고 판단하게 되는 소설이다.
무튼 늘 실내에만 머물고 싶어했던, 방세옥이라는 필명으로 베스트셀러를 냈던 김용휘라는 인물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 때문에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거짓된 삶을 살아왔으며 결국 자신의 이름을 찾았지만
걸국 헛된 꿈을 쫓아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런줄 알면서도 제동을 걸 수 없어 그렇게 내달릴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과 그를 지켜본 주인공의 삶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내달릴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또한 그들 나름의 인생을 살아낸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