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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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다룰 수 없다면 구하지도, 함부로 남에게 주지도 마라, 한번 보면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너를 믿으면 그것은 오랫동안 너의 것이 된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그것으로 너의 심장을 찌르지 않고는 결코 헤어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윤후다. ' --- p373

 

이야기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한 여자의 슬픔을 피부병과 함께 걷어가는 파란 옷을 입은 공윤후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엄청나게 키가 큰데다 한쪽 다리를 절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려 공윤후를 만나고 싶어하는 병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병구의 도움을 받아 공윤후라는 존재의 출처를 알게 되고 그를 만나 전혀 생각지 못한 기이한 일들에 휩싸이게 되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병구는 민혜의 손을 잡게 되고 만다. 병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공윤후에 대해 3대를 걸쳐 내려온 이야기를 듣게 되고 좀 더 자세히 공윤후를 알게 되지만 그럴수록 그의 존재는 신비스럽기만 하다.

 

19세기 공청옥에 이어 공해경, 공윤후에 이르는 공가의 이야기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고 어떤 트릭도 없다는 그들의 마술은 진짜 보고도 믿을수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공윤후는 아무에게나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오직 진정한 슬픔을 안고 있는 여자 앞에만 나타난다. 그런 공윤후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잠들어 있다는 404번지 무덤가를 찾아간 병구에게 홀연히 나타난 공윤후는 병구의 무덤을 파게 하는가 하면 돈가방을 누군가에게 전해주라는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절대 가방을 열어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하는 병구는 친구 큰 병구때문에 약속을 깨게 되고 짝사랑 민혜는 엉뚱하게도 공윤후에게 반해버리는등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다.

 

이야기 사이 사이에 등장하는 주목나무 활이 들려주는 공윤후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윤후는 이미 3대를 걸쳐 살아오고 있는 불사의 인물이다. 아니 도깨비다. 처음 이야기에서는 혹부리 영감의 혹을 떼어간 도깨비를 연상시키더니 이제는 불사의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베일에 쌓인 공윤후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걸까? 공윤후가 나타날때는 늘 푸른빛이 감돌고 푸른옷을 입고 등장하는데 그 옷 역시 마술을 부린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손을 탄 어떤 물건이 변해 도깨비가 되었다는데 공윤후는 도대체 어떤 물건이 변한것인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책을 읽게 된다. 그의 본색이 궁금한 주목나무 활처럼 말이다. 하지만 복잡다난한 이야기속에 공윤후의 존재의 본색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비어있다는 의미의 이름처럼 아무것도 아닌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존재하는 공윤후에게 점 점 더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책속에는 각종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어찌보면 어떤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그들 중 공윤후가 의지하고 싶어했던 이야기의 마지막 등장인물인 아완이라는 여자가 결국엔 공윤후의 바램을 저버리게 되는 이야기는 무척 안타깝기만 하다. 공윤후 그가 보여주는 갖가지 마술같은 이야기중 아완을 데리고 회화나무의 꽃 자명괴를 따러 가는 이야기는 무척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아완 역시 공윤후를 만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에게 끌리지만 그를 갖고 싶다는 욕심때문에 해서는 안될 일을 해 결국 공윤후를 놓지고 말지만 공윤후가 남기고 간 자명괴의 딸랑거림때문에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공윤후를 늘 쫓아 다니는 룸룸이라는 존재 또한 이 책속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어쩌면 공윤후를 계속 존재하게 하는 인물이랄까?

 

책을 읽으며 안개낀 흐린날 등장한다는 주목나무아래 포장마차나 발이 달린듯 돌아다니는 회화나무와 갖가지 마술을 부리는 공윤후의 이야기가 영화속 한장면을 연상케하고 공윤후라는 파란 도깨비의 존재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술사 이은결을 떠올리게 했던 파란 도깨비 공윤후의 수수께끼같고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가 더 궁금하기만 하다. 보면 볼수록 더욱 기억하기 힘들다는 그의 손바닥 무늬를 한번쯤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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