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의 파과

60이 넘은 늙은 노파임에도 불구하고

청부살인이라는 괴이한 직업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겉모습은 평범한 60대 노부인이지만 실상은 그들의 언어로 ‘방역’이라 부르는 청부살인을 업으로 하는 여자, ‘조각(爪角)’. 그녀는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표적을 단숨에 처리하며 어느덧 업계의 대모의 위치에 이른 프로페셔널이다. 무정하고 냉혹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온 지난 세월 동안 그녀는 삶의 희로애락에 무감각했으며, 여성으로서의 행복 역시 남의 이야기로 치부했다. 그렇게 철저한 단절과 고독으로 유지되던 황량한 삶에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왔다. 환갑을 넘긴 나이인 만큼 기억력이 떨어지고 몸이 삐걱거리는 건 예삿일인데, 느닷없이 ‘타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이재익의 복수의 탄생

무척 자극적인 정사장면과

주인공 한석호의 심리 변화와

여기 저기 숨겨진 장치들이 어쨌거나 흥미진진,

과연 복수는 어떻게 탄생되고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떻게 될까?

 

SBS 라디오 피디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인 이재익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네이버 웹소설에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추악한 욕망을 바탕으로 모든 걸 다 가진 아나운서 한석호와 그가 가진 모든 걸 빼앗기 위해 협박의 고리를 조여오는 조태웅, 이 두 남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소설의 폐부를 관통한다.

 

 

 

 

 

정유정의 28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이 소설은 '불볕'이라는 뜻의 도시 '화양'에서 28일간 펼쳐지는, 인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한 갈망과 뜨거운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리얼리티 넘치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무저갱으로 변해버린, 파괴된 인간들의 도시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5명의 인물과 1마리 개의 시점을 톱니로 삼아 맞물린 6개의 서사적 톱니바퀴는 독자의 심장을 움켜쥔 채 현실 같은 이야기 속으로 치닫는다.

 

 

 

 

 

 

 

 

 

 

 

 

 

 

 

조정래의 [정글만리]

 

작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막힐 듯한 경제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꽌시(關係)' 없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그곳에서 성공을 좇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다종다양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 특유의 '런타이둬(사람이 많다)'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명경시의 세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뒤로하고 대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들의 모습 등은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또한 거대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한국와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과거사와 그 저변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까지를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것]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의 삶과 고민을 날렵한 필치로 포착해 독자들의 무한한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2000년대 한국소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정이현의 장편소설. 1990년대를 지나온 한 세대의 절실한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과거와 현재를 되묻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 작품이다.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90년대 중반 강남 반포에서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복잡한 가정사를 지닌 채 부모와 떨어져 부유층 조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사실을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세미, 통제할 수 없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뚜렛 증후군에 시달리는 준모,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지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김영하는 우리에게 자살안내인을 소개했다. 판타지이고 허구인 줄만 알았던 그의 역할이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 우리는 이제 다시 그 강렬했던 경험을 만나게 된다.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들고 김영하가 돌아왔다.

<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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