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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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으로는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잘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제 취향의 책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구요,

그래도 다들 좋다고들 하니 [1Q84]로 그의 책에 다시 도전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중도하차,ㅠㅠ

이번엔 또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올해 나온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이 책에 도전!

책 제목 한번 참 길다 싶은 이 책은 또 어떨까 하고 이제 책을 펼쳐들었는데 점 점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되네요,

이 사람이 원래 미스터리 소설을 썼던가요?

이 소설은 약간 그런 느낌을 주네요,

 

자신은 아무런 색채가 없고 특색도 없다고 생각하는 다자키 쓰쿠루,

책을 읽다보니 자신만 그렇게 생각할뿐 그는 타의 모범이 되고 부러운 대상이 되는 그런 캐릭터네요,

 

'정말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으면, 말 같은 건 나오지 않는 거야,' ---p194

 

다섯명이 그룹이 되어 항상 뭉쳐 지내던 친구들로부터 이유를 알지 못한채 추방당하고

그 충격에 이유같은건 물어볼 생각도 못한채 반년동안 죽음을 생각하며 살게 되는 쓰쿠루, 

어느날 엄청난 질투에 사로잡히는 꿈을 꾼 이후 그는 다시 살기 위해 자신을 추스리게 된답니다.

 

'기억을 감출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수는 없어,' ---p230

 

이 구절은 다자키 쓰쿠루의 연인 사라가 한 말이에요,

16년전 과거의 기억을 감추고 살아가지만 그 역사만은 부정할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줌으로써

다자키 쓰쿠루에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할수 있게 해준 사라,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여자네요,

지금을 살아가지만 각자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무관하지 않은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라로인해 16년동안 잊으려 애썼지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듣게 되고,

이제서야 그 이유를 듣기 위해 하나씩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에요,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의 친구들의 연재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된답니다.

 

다자키 쓰쿠루 자신이 스스로가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타인과의 대화나 관계를 보면 무척 논리적이고 진지한데다

기차역을 좋아해서 거기에 빠져들어 있는 모습을 볼때 색채가 뚜렷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보통의 우리들은 무엇 하나를 좋아해서 빠져들기가 쉽지 않잖아요,

 

친구들과의 일이 있은 이후 사람을 새로 사귀는 일에 겁을 내던 그가

두살인가 연하의 하이다라는 후배와 돈독한 정을 쌓아가게 되는데

그에게 죽음과 관련된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관계가 점 점 달라지다

결국 하이다 또한 쓰쿠루의 곁을 떠나가게 된답니다.

물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다자키 쓰쿠루에게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는 일인건 확실해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 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 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p378

 

핀란드에서의 여정을 끝으로 그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맡은 삶에 충실하면서 사라에게 고백을 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결말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는듯 그렇게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되요,

열린 결말이 주는 아쉬움이 좀 크기는 하지만 나름 해피엔딩을 상상할수 있어 좋기도 했구요,

다만 하이다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좀 답답했어요,

그래도 어쨌거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대로 만나게 해준 소설인건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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