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그닥 이쁘지 않은데, 심지어 개구리를 연상시키는 얼굴, 큼직한 입에 도톰한 입술, 잘록한 허리에 펑퍼짐한 엉덩이, 자꾸만 눈길을 끄는 가슴골을 가진, 남자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엄청 밝힐거 같은 이토이 미유키! 그녀에 대한 소문은 자꾸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데 그녀의 실상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각 10편의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이되어 이토이 미유키라는 여자에 대한 소문이 돌고 도는 이야기다.
고등학교때만해도 존재감 없는 그냥 조용한 여자아이였는데 이제는 딱 보기만 해도 남자를 홀딱 빠지게 만드는 이토이 미유키는 대학시절 룸쌀롱에 드나들었다는 소문에서부터 꽤 돈많고 나이 많은 부자 애인을 두었다느니 어느 회사 사장 세컨드라느니 하는 소문을 뿌리고 있다. 그녀를 둘러싸고 각각의 사회속에 살아가는 샐러리맨이라던지, 혹은 회사 간부들, 주부들과 호스티스등등 참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그녀에 대한 소문을 물어다 주고 있다.
처음엔 그닥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이 점 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녀처럼 살아보고 싶어하는가 하면 그녀가 하는 행동들을 응원까지 하는 모습들이 참 재밌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꼬집는 글을 쓰는 재주 많은 작가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사회적 위치에 올라선 중년 남자들이 애인 하나쯤 꿰차고 있는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들여다 보니 좀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런 남자들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미유키라는 인물의 매력속에 빠져들게 된다.
학창시절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얌전하던 미유키가 호감가는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는가 하면 부당한 것에 대해 큰목소리를 낼 줄 알고, 비록 웃음을 파는 호스티스라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 많은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얼마간 돈을 뜯어 내며 자신의 야망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이토이 미유키는 남자를 셋이나 죽였다는 소문까지 만들어 내지만 종국엔 자취를 감추어 버려 그 소문의 진상을 가릴길이 없다.
우리는 남얘기 하기를 참 좋아라한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없을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면 근거있는 소문이건 아니건 화제에 올리고 거기에 하나더 덧붙여 이야기하기를 서슴치 않는데 어쩌면 이토이 미유키는 그런 사람들의 희생양인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의 끄트머리쯤 소문의 중심에 있던 이토이 미유키의 진실을 들을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편의 단편을 읽고도 그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의외로 참 크다.
책 표지에서부터 남자 꽤나 홀릴거 같은 여자의 심상치 않은 뒷모습이 등장하는데 겉장을 벗기면 나체의 여자가 등장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녀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여기저기서 주워듣게 만든 책 편집이 참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