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클라이머즈 하이'란 등산객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공포감이 마비되는 상태라고 한다.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1985년 실제로 일어난 최악의 칼기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한 지방 신문사의 특종을 놓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시시각각의 상황들을 그려낸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클라이머즈 하이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도 모른다. 최근 10년간의 집필끝에 써낸 [64]라는 소설과 어딘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이 바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출세작이라니 '그럴만도하겠다'라고 수긍하게 된달까?

 

소설은 시작부터 암벽등반 용어와 함께 쓰이타테이와라는 악마의 산, 죽음의 산으로 불릴정도로 악명 높은 암벽 봉우리에 대한 해설을 먼저 실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실은 암벽 등반의 위급한 상황을 담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이는 작가의 작전인듯! 이야기의 배경은 50대의 유키가 죽은 친구의 아들과 이 쓰이타테이와라는 산을 오르게 되는 일을 시작으로 17년전 이 산에 오르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을 뒤로하고 520여명의 사상자를 낸 칼 여객기 추락사건의 보도 현장 데스크를 담당하게 된 과거로 날아가게 된다.

 

누가 가장 먼저 사건의 진실을 싣는가, 어떤 글을 해드라인으로 실어야하는가, 무엇이 특종이 될수 있는지, 어떤것은 실어야하고 어떤것은 실지 말아야하는지 등등의 것들을 파악하고 결정해야하는 유키는 위로부터 압박을 받아야하고 아래 후배 기자들을 케어해야하는 막중한 위치에 놓여 인간 내면의 클라이머즈 하이의 상황에 치닫게 되는데 가정에서의 아들, 딸과의 원만하지 못한 이야기가 함께 전개가 되고 있어 40대 중년 남성의 일과 가정에서의 위기감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의 특징은 가정을 이끄는 중년 남성의 사회적 위기감을 생생하게 담아낸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편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처럼 함께 산에 오르기로 했던날 갑작스럽게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도 병행되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유키의 아들과의 관계에 대한 아버지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은 알지 못했던 신문사의 비리를 똑바로 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총괄 데스크로써 스스로의 소신으로 사건의 진실만을 담으려 하다보니 윗선의 눈밖에 나 한직으로 물러나게 되고 만다. 하지만 주인공 유키는 정의가 어떤것인지를 깨닫게 되고 결코 그 어떤것과 타협하지 않으며 다시 죽음의 암벽 쓰이타테이와에 오른다.

 

주인공이 긴박하고 아슬아슬하게 죽음의 암벽 쓰이타테이와에 오르는 과정과 함께 전개되는 17년전 신문사에서 총괄을 맡아 보도전쟁에 고뇌했던 이야기가 함께 병행하고 있어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식물인간이 되고 친구의 아들과 산에 오르며 자신의 아들과의 원만하지 않은 관계를 대리만족하려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되고 아들과의 관계 또한 풀어가게 되는 이야기는 가출한 딸의 행방을 알지 못한채 그저 돌아오기만을 희망하고 끝나버린 [64]의 아쉬움을 해소해주는 기분이 든다.

 

아무튼 실제 사건을 소재로 그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신문기자와 신문사와의 줄다리기와 같은 상황을 긴박하게 풀어가는가 하면 가정과 사회 안팎의 중년 남성의 고뇌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을 휩쓸었다니 조만간 영화도 봐줘야겠다. 아무튼 이 여름 장마비의 지루함을 날려주었더 최고의 소설이다. 어느누가 읽더라도 실망하지 않겠지만 특히 중년의 남성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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