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시장과 전장 박경리 장편소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님의 글을 책으로 만나는건 처음이다. 시대적 배경이 50년대 육이오 전쟁 당시를 그리고 있어 밝고 희망적인 느낌이라기보다 울적하고 참혹하고 굉장히 고난에 겨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꾸려가던 지영이라는 여자가 전쟁이라는 시대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 보지만 운명의 신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 소설, 배경은 오래전이지만 지금의 우리 삶에 있어서도 그리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그곳 사람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남과 북이 삼팔선으로 갈리고 가로막혀 북에서는 남으로 남에서는 북으로 내려오고 올라가려 하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삼팔선 주변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된 두 아이의 엄마 지영은 스스로를 결혼한 사람이라 밝히지 않으며 그곳 생활에 적응하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밝혀버리고 만다. 그리고 북에서 물밀듯 밀고 내려오는 인민군들 때문에 피난을 가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전쟁이 터지고 마는 현실이라니 삶을 고민하고 그럴새가 없다.

 

북한 인민군으로 누군가를 죽이라는 당의 지령을 받고 그때만을 기다리는 기훈은 뜻하지 않게 자신 앞에서 죽어버린 그 사람 때문에 망연자실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자신 앞에서 쓰러져 버린 가화와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는데 그는 사회주의를 믿는 사람으로 사랑이라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부러 스스로를 자해하면서까지 낙동강을 벗어나려 하는 인민군들과 어린 소년병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의 어떤 꿈틀거림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가화를 다시 만나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는 순간 운명의 신을 그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시장이란 공간은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공간이다. 전쟁이 일어나도 먹고 마시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시장은 더 활기를 띠기 마련이며 지영과 기타 여러 사람들의 삶은 시장에서 활기를 찾게 된다. 하지만 전장이라는 것은 그 이념에 따라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하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는 공간이다. 그나마 전장속에서도 시장이 있어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잇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해야할까?

 

불과 육이오 전쟁은 지금으로 부터 60여년전의 일이다. 그 시대를 겪은 엄마에게 북괴군이 내려오고 군인들이 몰려와도 음식을 숨겨 놓고 폭격소리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어 있어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난다. 이념때문에 인민군들이 쳐들어오면 그들을 위해 힘써야 했던 사람들이 군인들이 몰려오게 되어서는 빨갱이가 되어 참혹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전쟁이 주는 고통은 어느편을 들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수 밖에 없다. 그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 생생하게 담을수 있는건 아마도 박경리라는 작가가 살아온 배경이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통일에 대한 염원까지 희미해져버린 시대라는 사실일 참 안타깝게만 여겨진다.

 

박경리 선생님이 쓰시는 문장이 표준어를 사용하는 우리들에게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지금은 희미해져 퇴색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아픔을 느끼게 하기에 하나도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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