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
첫번째 [잡동사니]로 만난 작가와의 만남도 그리 썩 유쾌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뭐 비슷한 느낌?
부부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준다는 이유로 불륜마저 눈감아 주고
그런 행위를 통해 부부가 더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고 싫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닥 다르지 않지만 두번째 만남이어서인지 작가를 점 점 이해하게 되는 기분이다.
처음 존스와 나탈리의 그냥 한번 자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부터 껄끄러웠는데
이제는 살림 잘하는 착한 주부 미야코를 좋아하는 존스가 그녀의 집을 들락거리고
급기야는 둘이서 손잡고 산책까지 하는가 하면 대중 목욕탕을 찾는 이야기등이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물론 이미 너무 식어버린 부부간인데다 아내의 이야기에 무심하기까지 한 남편과의 관계속에
뒤늦게 채바퀴 돌듯 돌아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그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설레임이 찾아 드는 데에야
인간인 이상 도저히 막을길이 없겠지만 스스로 그런 설레임을 정당화 하고 있는 미야코도 거북스럽다.
허투루 보내는 시간까지도 뭔가 낭비하는 느낌에 뜨개질실을 준비해두고 수다를 떨고
집안 살림에 화초 물주기에 남편을 위한 식탁을 정성스럽게 차리던 전업주부 미야코!
하지만 그날 그날 있었던, 심지어 외간 남자와 산책하며 즐거웠던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다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전업주부로써 살림을 잘 해 나간다는 사실을 통해
이미 외도가 시작된 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행동들이 걱정스럽게 여겨지는데
남편이 자신을 불륜을 저지르는 부정한 여자로 치부해 버린 한마디에 집을 나가 버리다니,,,
게다가 친정집도 아니고 친구집도 아니고 존스씨의 집으로 간 미야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에이 설마 그래도 그 남자와 정말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가지는 않겠지' 하며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는 현실을 직시하라는듯 충격적인 이야기로 결말을 몰아 간다.
결국 존스씨와 한집에 있게 되면서 그동안 갑갑한 새장속에 갇혀 살았던 자신에게 자유를 주듯
그렇게 존스씨와 육체적 쾌락에 빠져 버리는 미야코의 이야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뒤늦게 새로운 사랑에 빠져버린 미야코와는 달리 존스씨는 의외로 아쉬운 생각을 한다.
한 여성이 진리를 발견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었던것은 크나큰 기쁨이고,
그거면 된거라고 존스씨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묘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미야코씨는 존스씨 눈에 더 이상 작은 새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p243
이제 자신이 아무때나 안을수 있겠지만 더이상 언덕위에 그녀가 살지 않게 되었으니
훌쩍 아무때나 그녀를 찾아갈수도 없고 늘 즐거웠던 산책을 할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운 존스씨!
남의 여자였을때 매력을 느끼지만 자신의 여자가 되고 나니 흥미를 잃어버리는 전형적인 카사노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개성이 정말 뚜렷한데다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세상이 만든 틀속에 갇혀 있는 여자들에게 새장밖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정말 새장에서 벗어나게 되는 새들이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