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신 백파선
이경희 지음 / 문이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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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백파선이 도대체 누굴까? 누구길래 갑자기 티비 드라마로 방영되고 소설책으로 나오는걸까?' 하는 호기심에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1623년경 심해종전(深海宗傳)의 미망인 백파선(百婆仙)이 동족인 조선 사기장 960명을 이끌고 아리타의 히에고바에 가마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라는 두줄이 채 못되는 소개글이 등장한다. 이름 또한 나중에 후손이 붙여주었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한권의 책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낼수 있는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어느 여인이 시아버지의 미션을 받게 되는 장면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미션이란 다름 아닌 백파선이 남긴 도자기 한점을 찾아 오는것! 얼마간의 돈이 탐이 난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편지속의 여인 백파선에 대한 호기심에 시아버지의 부탁 아닌 부탁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훌쩍 뛰어 넘어 임란때 백파선의 남편이 이끄는 조선 사기장 일행이 반강제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힘겨운 상황이 전개 된다.

 

두여인이 주인공이 되는 두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지만 주로 과거 백파선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지고,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과거의 백파선을 추적해가는 미망인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고향땅의 흙을 짊어지고 일본으로 건너간 백파선의 신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고 백파선이 조선의 사기장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 그들의 안녕을 도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일본 영주의 무사 다다오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또한 비록 곧은 심지로 강단있게 현 상황을 헤쳐나가는 백파선이지만 한사람의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백파선은 영주와의 단판을 위해 신랑이 숨겨 가지고 왔던 유약의 비법을 재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자기를 구워내는 일에 전념을 다하게 되는데 가마에 불을 때야 하는 장인의 죽음으로 그 일을 백파선이 대신하게 된다. 그렇게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의 혼과 가마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의 한이 서린 도자기를 구워내기 위해 불을 피우는 백파선은 불의 여신이 된듯 졸음을 참아내며 최고의 도자기를 구워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고향의 흙으로 자신의 혼을 실은 도자기를 만들어 아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게 되는데 그것들 중 하나를 현재의 미망인이 찾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백파선의 흔적을 찾아 도자기의 행방을 캐내려 해봐도 늘 헛걸음을 하고 마는 현재의 미망인은 예기치 않계 오래전 자신이 버린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집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백파선의 혼이 자신을 불러들인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되는데 전반부의 일본으로 건너가는 배위에서의 힘겨운 이야기를 참고 읽어내고 나면 그 뒤의 긴박하고 스릴있게 전개되는 백파선의 생애에 빠져들게 되는 소설이다. 또한 백파선의 탄생의 비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불의 여신 정이]라는 소설과 함께 읽어준다면 더욱 재밌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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