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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7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난국 ㅣ 미생 7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생이란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을 뜻하는 바둑 용어다. 사실 바둑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흑백의 말을 번갈아 두면서 꼼짝못하게 집을 지어 집 속에 갇힌 말을 따먹는거라는 것만은 안다. 그렇게 집을 짓지 못한 미생이지만 분명 언젠가는 집을 짓는데 한몫을 할 바둑알처럼 바둑 연구원이었던 장그래가 바둑계에 입단하지 못하고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이야기를 하는 만화다. 바둑에 관심이 많고 직장생활에 대한 애환이 많은 사람들에게 무척 공감을 얻을 책이며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남편과 아빠를 이해할수 있게 해주는 만화가 되어줄수도 있겠다.
이 책은 단편마다 바둑의 한수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의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나 회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이다. 상대의 허를 찔렀다 싶지만 다음 한수를 내줘야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때를 기다려 한수 한수를 두어야하는 바둑처럼 회사라는 곳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은 물론 선후배간과 동료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끌고 가야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때를 기다려야 하고 선배의 노하우를 배워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야 한다.

100수로 시작되는 책의 첫페이지에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바둑 챔피언에 올렸던 조훈현과 녜웨이핑의 제1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제 5국의 100수가 놓인 바둑판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할 독자들을 위한 해설이 쓰여져 있는데 해설만 읽어보더라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또한 한수 한수 바둑알이 놓여질때마다 챔피언이 된 조훈현처럼 직장에서의 자신만의 승부수를 펼치는 장그래의 이야기가 예견된다.
이제 막 신입사원으로 대기업에 취직해 여러가지 기획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는등의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주인공 장그래가 회사라는 사회속에 그냥 살아남으려 애쓰기보다 자신 스스로 무언가를 해 내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멋지게 여겨진다. 그저 눈에 보이는것에만 치중하고 윗사람에게 잘보이려고만 하는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회사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게 되는 상사에 대한 불만과 업무에 시달리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맞지 않아 벌이게 되는 신경전등의 치열한 다툼이 존재하는 곳이 회사다. 제각각의 재능과 재주를 가지고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왔겠지만 막상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보면 내 의견보다는 상사의 말이 우선시되고 내 아이디어보다는 윗사람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줘야하는 때가 있다. 같이 입사한 안영이라는 여사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만 한단계 진급을 앞둔 상사의 억압아래 자신의 뜻을 굽힐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랜시간 이어온 위계질서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려운법이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
분명 회사뿐 아니라 어느곳에나 권위를 내세우는 선배가 있고 니 물건 내 물건 구별할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은 후배에게 시키고 자신은 사적인 볼일을 보는 선배도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열심히 하는 후배를 키워주려 물건을 팔아오라는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기획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등 이런 저런 정보를 알려주는 선배도 더러 있다. 이런 저런 더럽고 아니꼬운 일들을 다 겪어내고 견디며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져 지금도 회사에서 고생하고 있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장그래가 애쓰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소액의 돈을 주며 장사를 해서 돈을 불려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아는 사람을 찾아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찾아갈 수 있는 곳이란 자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 그들을 찾아가 양말한짝을 팔아보려 했지만 동정심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는사실을 깨닫게 되고 싸게 사서 크게 이문을 남긴다는 생각조차 잘못되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서도 한수 배우게 되는 장그래가 왠지 앞으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