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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니카 자유 공책
니시 카나코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고토코는 평범한걸 무지 싫어하고 고독을 즐기고 싶은, 꼬꼬라고 불리는 여덟살 꼬마소녀다. '여덟살이 뭘 알아?' 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건 어른들만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아홉살 인생'도 있고 열살이면 알건 다 안다는 말도 있듯 여덟살도 분명 저만의 여덟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줘야 한다. 아니 꼬꼬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꼬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덟살의 인생을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포니카 자유공책'이란 꼬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뭔가 철학적이고 뜻 모를) 단어나 문장들을 적어 놓은 아주 특별한 공책이다. 철자법도 아직 잘몰라 엉터리 단어를 적어 놓기도 하지만 그 공책안에는 꼬꼬의 호기심이 가득 담겨 있다. 말더듬는 친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가 하면 자신의 세쌍둥이 언니가 뭐하나 특별할거 없이 평범하게 산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고 같은 반 친구가 안대를 하고 나타나자 그 안대가 부러워 꾀병을 부리고 기어코 안대를 하고야 마는 그런 고집스러운 성격이다.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고독하고 싶고 뭔가 특별하고 싶은 꼬꼬에게는 재일교포라는 사실이나 베트남 난민이라는 사실, 혹은 엄마가 없거나 아빠가 없는등의 보통은 불우한 환경이라 여기는 그런것들에 대해 뭔가 자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그리고 세쌍둥이 언니가 너무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삶에 대해 지루함을 느낀다. 그런데 특별히 글자에 심취해 뭔가 독특한 단어의 경우 직접 발음해 보기도 하는 할아버지는 꼬꼬를 특별하다고 생각해주는 존재로 둘은 참 닮은꼴이다.
하지만 부정맥으로 죽을뻔한 친구를 흉내내다 혼이나고 어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특별한 것을 자기만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억울해하며 단짝 친구 폿상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꼬꼬의 순수한 호기심이 그저 사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꼬꼬가 뭔가 한가지씩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특별하게 여기는건 아마도 그 친구들 앞에서는 내색해서는 안되는 그런 것들이 비밀스럽게 여겨져셔인지도 모른다. 그런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서로 가까워지는 꼬꼬와 아이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책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단짝 친구 폿상과 혹은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꼬꼬가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때 쥐아저씨와의 짧은 만남은 늘 고독하고 싶어한 꼬꼬에게 외로움이 무엇인지 두려운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성장통을 겪게 한다. 개학과 함께 그동안 관심두지 않았던 친구를 위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하는등 그렇게 꼬꼬는 한뼘 더 자라 있다. 아직 철이 없는 우리 아이들을 대변하는듯,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꼬꼬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듯 자만하는 어른들에게 상쾌한 민트향 같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나 또한 꼬꼬와 같은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말라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