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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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얕보지 마라, 내 안에도 천지의 모든 기운이 들어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줄기라고 안타까워하지도 마라, 한번 잡으면 내 몸이 끊어지기까지 놓지않는다. 너희는 언제 이렇게 목숨 걸고 무언가를 잡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단단하게 익어본 적이 있는가?' ---p108 돌콩


돌콩이 무얼까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장미목 콩과의 덩굴성 식물이란다. 그러고보니 아파트 화단에 눈에 띌까 말까하게 작은 자주색 꽃을 피우는 덩쿨성 식물을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열매는 또 얼마나 작을까? 하지만 그 연약한 줄기를 어디에든 붙들고 뻗어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돌콩의 생명력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돌콩을 잘 모르더라도 돌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딘지 아주 야무지고 단단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책속의 주인공 오공일이 바로 그런 캐릭터다.


나이 많은 엄마와 살면서 빚을 잔뜩 남기고 간 아버지를 원망하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던 오공일은 키도 작고 체구도 작은데다 학교폭력에 시달려 결국 자퇴를 하고 만다. 그리고 아버지뻘 되는 형의 목장에서 소똥을 치우며 살아가게 된 오공일은 자기보다 두살 많은 조카로부터 말 채찍을 선물받게 되면서 자신의 키와 체구와 딱 어울리는 말 기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 물론 여기에 성질이 까칠해 다른소에 비해 잘 자라지 않는 오공일을 닮은 소한마리와 농고를 다니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 금주, 잘나간다고 생각했지만 나름 고민이 많은 도민, 오공일과 같은 꿈을 위해 도전하는 고아영등등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져 오공일이 기수로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네 자신한테 물어봐라, 17년동안 네가 한일이 뭐냐고, 정말 어떤 일에 죽을 만큼 버르적 거린적 있었느냐고,' ---p69


이 책을 읽고 내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던 문장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반항 한번 하지 못하는 두살 어린 삼촌을 보며 답답했던 도민이 오공일에게 했던 이 말이 왜 내 심장에 와서 콕 박히는지 모르겠다. 마치 나에게 마흔 넘어 살면서 한번쯤 죽을만큼 뭔가를 해 본적이 있느냐고 질책하는것만 같다.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참 많이 해 보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내 온 정열을 다하고 죽을 힘을 다해 무언가를 해 본적은 없는거 같다. 17세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오공일에게는 그닥 공감가지 않는 문장이지만 아직 늦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찾아 갈등과 방황을 하면서 도전하는 오공일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나 또한 잠들어 있던 나의 꿈이 꿈틀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자퇴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학벌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왕이면 폭력에 맞서 당당하게 학교를 잘 다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며 내가 가진 편견을 깨트려준다. 요즘은 이런 소재로 스스로 꿈을 찾아 아둥바둥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들이 종종 나온다. 비록 학교라는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일지라도 꿈을 꿀 수 있고 그꿈을 위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문득 학교라는 감옥아닌 감옥에 갇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쩐지 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17년만에 처음으로 버르적 버르적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오공일을 보며 어디선가 주눅들고 기죽어 있는 못난이 우리아이들이 용기를 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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