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소녀 미랑 푸른도서관 59
김자환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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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역사동화작가중에 신라의 마지막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애틋하게 그려낸 강숙인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오늘 나는 또 한명의 김자환이라는 역사동화작가를 추가시켰다. 너무도 부족한 역사적 기록속에 누구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숨겨진 옛이야기를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는 참 좋다. 나 하나의 존재가 오로지 나혼자만이 아닌 기나긴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것만 같고 나 또한 미래의 누군가를 존재하게 하는 역사의 일부분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므로! 


'미랑은 이미 묘남을 용서하고 있었다. 자신과의 모진 싸움 끝에 미움을 이겨 낸 것이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뿐 용서야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은 묘남을 더 이상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아니게 했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p136


여우 소녀라는 단어를 보니 전설의 고향이나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퍼뜩 떠오른다. 얼마전 소녀를 사랑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보며 섬뜩함보다는 가슴이 아릿함을 느꼈는데 이번엔 또 어떤 여우소녀가 내 가슴을 찡하게 울리게 될까! 아니나 다를까 여우골에서 사람 간을 빼먹는 인간으로 둔갑하는 여우가 등장해 전설의 고향을 보는것 같은 섬뜩함을 주다가 인간 묘남을 너무 사랑해 자신이 먹고 인간이 될 수 있는 백년 산삼까지 그에게 주어 버리는가 하면 악연으로 자신의 엄마를 죽인 원수가 된 묘남을 용서하고 사랑한 여우소녀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뭉클함을 준다.


여우골을 넘어가다 여우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를 따라 엄마마저 목숨을 끊자 넋이 나가버린 묘남, 한창 왜구로부터의 침략이 심해지던 그때 왜구들에게 부모와 가족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망연자실한 쌀례, 이 둘을 데려다가 나라를 위해 쌍검으로 키우게 된 걸레스님은 술을 좋아하고 고기를 먹는 땡중같지만 자신의 온힘을 다해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애쓰는 참된 스님이다. 그리고 비록 인간을 헤치기는 하지만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딸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온갖 지극정성을 다하는 여우소녀 미랑의 엄마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캐릭터다. 부처님도 탄복해 백년산삼을 내려줄 정도의 지극정성은 그 누구라도 뭐라하지 못한다.


가난에 찌들어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우리 옛 조상들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작고 약한 힘을 모아 우리땅을 지키려했던, 역사속에 숨겨져 아무도 모를 이야기를 인간으로 둔갑해 인간을 사랑한 여우라는 환타지한 캐릭터를 가미시켜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로 만나게 되니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내가 이 땅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옛조상들과 용맹한 소년 소녀와 인간을 사랑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여우소녀 미랑과 같은 미물들의 힘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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