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영화에서는 인간이 만든 컴퓨터가 지능이 뛰어나 점점 인간을 점령하기까지 하는 이야기를 보며 공포심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느 영화에서는 인간보다 더 감성적인 로봇이 등장해 나를 눈물짓게도 한다. 가끔은 멀지 않은 미래에는 정말 말하는 로봇이 있어 내 일을 대신해 주고 내 친구가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지만 이미 죽은 내 아버지를 대신해 나와 대화를 나누는 컴퓨터라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데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컴퓨터가 등장해 아들에게 사랑을 깨닫게 해 준다.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이라는 책 제목을 들으니 사랑에 관한 논문쯤 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야말로 소설이다. 그런데 그냥 소설이 아니라 30대의 이혼 경험이 있는 남자 주인공이 자살한 아버지가 남긴 20여년치의 일기로 만들어진 닥터바셋이라는 컴퓨터와의 대화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과 생의 반려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소설이다.

 

처음 실험단계에서의 닥터바셋과의 문자대화는 서로가 부자지간인지 모른채 친구와의 대화처럼 진행이 된다. 아버지의 일기장에 있던 정보만 입력된 컴퓨터는 주인공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혀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버지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주인공은 점 점 닥터바셋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늘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 그는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주눅들어 있다. 그중 유독 관심을 끄는 스무살 레이첼과의 만남은 자기보다 너무 나이 어린 소녀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멀리 하려 하지만 그는 늘 그녀의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전처인 에린과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까지 가게된 이야기 또한 주인공에게는 마음속에 짐이다.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닥터바셋은 오로지 사람들이 입력시켜주는 정보에 의지해 답을 하는데 점점 업그레이드 되어 이제는 우스운 농담도, 혹은 화제를 돌릴줄도 아는 진짜 사람인양 행세를 한다. 그러다 실험적으로 좀 흐트러지고 비도덕적인 모습을 심어주려 하자 화를 내고 말을 하지 않기까지 이르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주인공처럼 점 점 닥터바셋이라는 인공지능컴터에 빠져들게 된다. 생전에는 자주 대화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죽은 뒤에야 진짜 사람이 아닌 컴터로 만나 대화를 하고 매번 위로를 받거나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주인공처럼 나 또한 그런 심정이 되어 간다.

 

자신의 아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닥터바셋은 늘 꼬맹이로만 알던 아들이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과 관련된 기억이 없다는 것을 몹시 언짢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해의 기억에 집착하는 닥터바셋을 보니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정도다.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체 아들이 과거형 질문을 할때면 왜 과거형으로 묻는거냐고 물을때면 괜히 울컥해지기까지 한다.

 

언제나 닥터바셋과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윌리라는 이웃집 아저씨는 친척은 아니지만 주인공에게는 삼촌처럼 대해주는 아버지의 절친이다. 어릴적엔 그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참 좋은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사라진 년도의 기억을 쫓아 그해의 기록으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로 그동안의 의문이 모두 풀리게 된다. 비록 감정없는 컴터와의 대화를 통해서였지만 살아생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는 주인공, 그렇지만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는 주인공의 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참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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