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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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궁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마전 본 '광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그뿐 아니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우리나라 드라마들의 장면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것 또한 사실이다.

 

사극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궁녀가 아닐까? 게다가 왕의 승은을 입은 유명한 궁녀들도 여럿 있다. 내가 아는 인물만 해도 여러 여배우들이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 하는 장희빈, 영조와 같은 훌륭한 인물을 키운 숙빈 최씨, 내의원 최고 의원이 되어 왕을 돌본 장금이가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그들을 떠올릴 수 있는건 세간을 떠들석하게 할 정도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때문이다. 그리고 대장금, 동이, 장희빈등등 여인들이 등장하는 사극들은 대부분 그 이야기가 궁녀로 시작이 된다. 그래서 궁녀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시가 떠오르고 잔뜩 무게 잡는 상궁이 떠오른다. 그런데 진짜 궁녀들의 하루하루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10세 이전에 궁에 들어오는 궁녀들은 견습나인으로 생각시 혹은 애기 항아라 불렀다. 지밀과 침방 수방등 각자 처소에 배치되어 그에 걸맞는 궁중용어나 예절을 배우고 교양으로 한글과 소학을 마쳤으며 입궁 15년이 되면 정식 나인으로 신랑없는 결혼식과 같은 성인식을 치르고 마음 맞는 친구와 둘이 생활하게 되는데 그녀들의 잡일을 돕는 각심이라는 하녀를 두기도 한다. 정식 나인 15년에 상궁이 되면 가정부 각심이와 옷짓는 침모를 둔 살림집을 마련해 비번날 거처할 수도 있는데 꼭 이런 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왕의 승은을 입은 경우는 특급으로 상궁이 되기도 한다. 궁녀들은 궁에 들어가게 되면 날이 가물었을때나 중병에 걸렸을때 그리고 상전이 죽었을때에야 궁을 나올수 있게 되는데 그것은 왕족 이외에는 궁에서 죽을수 없다는 엄한 법도 때문이다.

 

궁녀들도 비번날이면 윷놀이와 투호, 화투 그리고 시를 짓는 놀이와 소리를 하며 놀았다. 지위높은 상궁급 궁녀들은 휴가를 내어 궁밖으로 꽃놀이나 뱃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기생을 대동하거나 궁중노비를 거느렸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다. 궁녀에게도 휴가가 있었는데 부모의 상으로 집에 다녀오는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궁녀는 고소득자로 왕실의 특별한 날 특별보너스를 받거나 외국사신이나 고관에게 선물을 받기도 한다. 늘 궁에만 머무는 궁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재산이 많이 쌓이게 된다. 궁녀들도 사람이다보니 도둑질을 하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고 궁안에서 아이를 기르기도 하며 한창때 남자를 만날수 없어 동료들끼리 동성연애를 하는가 하면 함께 근무하는 남성들과 정을 통해 임신을 하게 되는데 발각되면 바로 형을 집행당하게 된다. 궁녀들의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저자는 때로는 직접 탐문해보기도 하며 각종 역사적 사료를 들어 일러주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그저 단순히 궁녀에 대해 서술하고만 있는것이 아니라 어느 궁녀의 한 맺힌 이야기로 시작이 되고 그 사이사이 궁녀에 대한 세세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냥 정보만 서술해 놓은 책과는 달리 책을 읽는 재미가 색다르고 이해가 빠르다. 그리고 3부에서는 앞서 갖가지 정보속의 주인공이 된 여러궁녀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중 역시 드라마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숙빈 최씨와 신경숙의 책에 등장하는 리진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그뿐 아니라 명의 마지막 궁녀로 조선을 위해 헌신했던 궁녀굴씨와 가깝고도 먼 일본땅에서 자신의 종교를 위해 40년동안 유배되어 성녀가 된 오타 주리아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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