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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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접하고는 도무지 어떤 이야기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얼음이 빛나는 순간이라는 제목만큼 적절한 제목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 어릴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읽어온 이금이 작가의 책은 아이들 동화책에서 부터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와 이제는 어른과 청소년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기까지 우리 아이들과 성장을 같이 하고 있다.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이제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작가의 책을 좋아하게 된것은 아마도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성장통을 함께 보아왔기 때문인듯 하다.

 

스무세살 지오는 어딘지 무척 자유로운 방랑자 같은 이미지를 풍기지만 나름 다 이유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가 요구하는것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니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성교재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할 나이에 그러지 못한 애정결핍에서 오는 집착인듯 보이고 다니던 기숙학교에서 자퇴를 하게 되는것 또한 유학 중도포기가 가져온 결과인듯 하다. 그런 지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오래전 그리 친하지도 않았던 석주에게서 온 메일을 받고 추풍령으로 가는 기차속에서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둘 풀어간다.

 

열일곱살 석주는 자신을 낳으려고 수술을 미룬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는 범생이 캐릭터다. 그래서 늘 마마보이라고 놀림을 받기고 하지만 전교1등으로 들어오게된 기숙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옆도 뒤도 살피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전진하려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리 친하지 않지만 어쩌다 함께 하게된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으로 꿈도 꾸지 못한 일탈을 하게 되고 우연히 들르게 된 은월농장에서의 하룻밤은 꿈에서조차 그리워하게 되는 은설과의 만남을 갖게 해준다. 어쩌면 석주는 늘 무엇인가 꾹 꾹 누르고 있는거 같은 일상에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채 우연에 이끌려 그렇게 일탈을 선택한건지도 모른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겄나. 사는기 평탄할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고난이 닥쳤을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다.' ---p304

 

지오의 이야기는 미래에서 과거로, 석주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로 꼭 시간여행을 하듯 그렇게 서로 교차하게 되는데 교차되는 그 지점이 참으로 절묘하다. 그리고 두사람의 방황하고 갈등하는 심리묘사가 어쩌면 이렇게도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지 마치 석주와 지오가 살아 움직이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결국은 한번의 일탈이 준 우연이 인연이 되어 뜻하지 않게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현실에서 도망치다 결국 가정을 책임지게 된 석주와 이제 온갖 역경을 겪고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안은 지오는 얼음이 빛나는 순간 앞에 선 청춘이다. 갈등과 방황으로 깨지고 상처 입었지만 그때그때 자신의 삶을 선택하면서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위해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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