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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신림동 고시생들이 머무는 하숙집에 어느날 느닷없이 배달되는 타임머신이 아이폰이라니 작가의 상상력은 처음부터 느닷없으면서도 기발한데다 다섯명의 하숙생들이 벌이는 난투극 아닌 타임머신 쟁탈전이 진짜 시간여행을 하듯 그렇게 펼쳐지고 있는 책이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다섯 캐릭터는 농부의 아들이거나 정치가의 아들, 혹은 오빠가 여럿인 집에서 오빠들 못지않게 드세게 자란 딸등 정말 평범한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단번에 고시에 패스하지 못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엄마도 하숙을 한다. 물론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하숙집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하숙집으로 정말 치열하게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처음 하숙을 하실때는 거실에 티비를 두고 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티비 앞에 모여앉아 낄낄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엄마는 당장에 티비를 거실에서 추방시켜 버리고 아무도 거실에 어슬렁 거리지 못하게 했다. 그때 그들에게 느닷없이 미래에서 날아온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배달되어 왔다면 모두 이 책속의 다섯 캐릭터와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렇게 서로가 한하숙집에 산다는 이유로 티비를 함께 보던 가까운 사이였으므로! 하지만 지금이라면 서로 옆방에 살면서도 얼굴조차 모르고 지내는 하숙생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차 고시에 패스하고 10년째 고시 공부만 하고 있는 상태, 연상의 여자와 동거하듯 살면서 용돈을 받아쓰며 원조교재를 하는 은철, 학창시절 아버지가 검사라는 이유로 대접받는 친구를 보며 검사를 조져(ㅋㅋ)버리겠다는 꿈으로 고시공부에 매진하는 동미, 피사방에서 주구장창 사는 혁제, 천재지만 부러 사는것에 회의적인 모두의 원성과 부러움을 동시에 사는 부잣집 도련님을 대표하는 성훈이 느닷없이 등장한 타임머신을 두고 시간차로 쟁탈전을 벌인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다들 일말의 호기심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작된 도둑질은 그 범인을 찾기 위한 물색전으로 바뀌어 자꾸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가게 되고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탐정아닌 탐정이 되어 너도 나도 서로를 의심하기에 급급한데 그러면서 그들은 어느새 정이 들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내게 느듯없이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나는 어느시점으로 날아가 어떤것들을 알아오려 할까? 이들처럼 한방에 끝내줄 수 있는 로또 번호? 어쩌면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코 불행하거나 처절하게 끝맺지 않는 작가의 이 소설은 마치 진짜 시간여행을 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설로 비록 개꿈을 꾸는 것이라 하더라도 즐거움을 주는건 사실이다. 처음 시작에서는 누가 누군지 캐릭터가 잘 잡히지 않아 좀 헛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워낙 글발과 말발이 기가막힌 작가의 글이라 읽으면서 글속에 점 점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