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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아주 보통의 연애'라는 책 제목만으로 평범한 남자 여자의 평범한 연애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반어적으로 쓰인 제목일뿐, 보통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모음집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영수증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직업적 특성때문에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와 개성이 강한 캐릭터 들이 등장하는 어딘지 좀 스릴있고 때로는 당황스럽고 혹은 황당하기까지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미스터리 스릴러를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영수증과 사랑에 빠진 이 여자는 영수증만으로도 누가 무슨일을 하고 다니는지 훤히 꿰뚫는 어느 회사의 영수증 처리반이다. 알랭드보통의 신간이 나오자 마자 얼른 사고 같은 식당에 가고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다섯잔 마시며 홀수를 좋아하고 엘지트윈스를 좋아하는것까지 자신과 너무도 똑같은 남자를 짝사랑하게 된 이 여자는 그의 영수증을 모으게 되는데 그렇게 영수증을 모은 공책이 무려 36권! 이 정도면 그녀의 엄마 말마따나 거의 스토커수준이다. 아마도 짝사랑하는 그와 모든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잘못된 짝사랑인듯하다.
결혼식장에서의 단체 사진을 찍을때 사실 내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를때가 종종 있다. 물론 나는 모르지만 혼주의 결혼을 축하해주러 온 혼주의 하객들일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어느 웨딩청첩장 사이트를 운영하던 이 남자는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들과 섞여 단체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침 연쇄살인을 당한 피해가족들 사진마다 등장하는 이 남자를 용의자로 잡아들여 그 정황을 듣게 되는데 왠지 참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사람이란 생각과 함께 섬뜩함이 밀려들기도 한다.
누군가 남자들의 손가락을 절단하고 있다. 그것두 결혼반지나 약혼반지를 낀 손가락만! 손가락을 잘린 세 남자의 연쇄사건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리던 전문 몽타주요원은 아직 미완성인 그녀의 몽타주를 그리면서 우연히도 아버지가 그리다 만 여자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잘못된 소문과 한때의 취기로 한 여자를 성폭행하거나 현장에 있었던 이 남자들은 서로 한자리에 모이고서야 자신들이 손가락을 잘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던 손가락은 어디로 갔을까?
죽도록 일만하던 한 남자가 죽을병에 걸려 자신의 장기를 팔고 죽기로 결심하는 이야기, 잡지사에 섹스에 관한 기사를 쓰는 여자의 콩가루같은 집안 이야기, 이혼한 남편의 원고를 교정보며 자신의 긴머리를 자르러 먼길을 나섰다가 남편의 팬을 만나는 이야기, 엉뚱하기 그지 없는데다 결벽증이 심한 애인때문에 질겁하는 이야기, 죽은 애인이 기르던 고양이를 버리지 못해 키우던 북에디터 이야기등 이 책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비범한 글솜씨로 보통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펼쳐지고 있다.
한곳에 잘 있지 못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아무카페나 들어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점원들을 대하며 글을 써내려갔다던 작가의 이 단편 모음집은 어쩌면 조금은 낯선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려는 작가의 작전인지도 모른다.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삶이 결코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하려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