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둑 (문고판) - 제13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 네버엔딩스토리 47
이상교 지음, 마상용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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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보면 아이들 책이라기보다 어른들이 읽어줘야 할 책인것도 같다. 독특하게도 몇편의 단편은 과연 화자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며 현실과 생각의 구분이 모호해 미스터리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또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사람에 국한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상한 도둑] 이야기는 읽을수록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참 가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역시 이 책의 제목이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대문옆에 놓인 신발을 몰래 집어 오고 남의집 담을 넘었으니 도둑은 도둑이다. 그런데 빈화분을 들고 나와 분갈이를 하고 꽃을 심어다 가져다 놓기도 하고 엉망으로 어질러진 집을 깨끗하게 청소 해 놓는 도둑이라니 도둑이라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는 우렁각시쯤 되는 도둑이다. 이런 도둑이라면 이 세상에도둑이 들끓는다고 해도 무섭기보다 오히려 반길것만 같다. 아니 이렇게 숨어서 몰래 착한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이 이만큼이나마 따뜻한건지도 모른다.

 

어렸을때 딱 한번 서커스 구경을 한적이 있다. 목이 긴 미녀가 왔다는 이야기에 기린처럼 긴 목을 상상했던 나는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그 미녀를 보았다. 앉은뱅이처럼 작은 몸집의 그 미녀의 목에는 고리같은것이 가득 채워져 그녀가 사람이라기보다 목이 긴 호리병같은 모습으로 지금껏 뇌리에 남겨져 있다. 그녀가 그 고리를 하나씩 채워가면서 얼마나 숨이 막히고 답답했을까? [아이와 개]의 멋진 서커스를 구경하러 설레던 마음이었던 소년이 여기저기 멍이들고 빙글빙글 돌려지던 술통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소녀의 모습을 본 순간의 마음이 딱 내마음 같았을 듯 하다.

 

어려서 별것도 아닌일로 다투고 미처 화해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우연히 만난다면 나는 그저 반가워 아는 채 할 수 있을까?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들을 지금 다시 만난다면 다툰일이 없는데도 왠지 [안개나라 저편]의 그녀들처럼 서먹서먹 할것도 같다. 고향에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왠지 어릴적 친구가 앞에 타고 있는것 같은 기분에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아는체를 해 보려 애쓰는 그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그저 먼저 손내밀어 아는체를 하면 서먹했던 감정들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앞선다는 사실에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가늘고 긴 끈]의 이야기속 어느 청년의 돌발적이고 손부끄러운 행동이 안쓰러운 아주머니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따뜻하게 여겨지며 남들은 집지키는 개를 선호하지만 오래 정이 들어 홀로 늙어가는 수거위의 짝을 찾아주려 애쓰는 [할머니와 수거위]의 할머니의 사랑에 훈훈해진다. 또한 늘 주차 문제로 싸우는 할머니와 운전사의 다툼을 들으면서도 두터운 시멘트를 뚫고 땅위로 싹을 내미는 [햇볕싹]의 정체가 궁금하고 [쥐덫]이야기를 통해 잠시 쥐덫이 되어 보기도하고 [노란빛깔의 노래] 지푸라기속 애벌레가 되어 보기도 하며 사물과 동물의 관점을 통해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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