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김말봉 애정소설
김말봉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어찌 보면 이 소설은 한남자만을 끝까지 사랑했던 순결한 여자의 사랑을 지켜내기위한 몸부림으로 여겨진다. 또한 30년대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통속소설의 코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문체만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전혀 읽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아주 흥미진진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내용면에 있어서는 그닥 새로울게 없는듯 여겨지지만 아직은 자유연애가 어려운 그때에 이 소설속에서 자유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그 시대에는 무척 충격적이었을듯 하다. 또한 이 소설은 일본어와 전차등의 3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어 그 또한 흥미롭다.

 

 

애정소설의 공식에 따라 주인공 여자는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어느 부자집 가정교사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면 왠지 주인아저씨와 혹은 부자집 아들과 뭐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신분의 차이로 갈등이 일어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 두가지 모두를 갖추고 있다, 어찌보면 참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인간들이란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게 이런 소설의특징인가보다. 주인은 병든 아내를 곁에 두고 매일 기생을 끼고 사는가 하면 딸보다 어린 나이의 가정교사를 탐하고 자신의 아들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데도 후처로 들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에게는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 남자의 시골집 땅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일로 인해 서로 얽히고 설키게 된다. 주인집에는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 딸이 있어 주인공을 동생처럼 허물없이 대하지만 한번의 사랑의 실연으로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발을 밟은 한 사내로부터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열리는데 그는 다름 아닌 주인공여자의 약혼자다. 넓고 넓은 세상에 왜 하필 그들은 그렇게 만나지고 얽힐수 밖에 없는것인지 이것은 필연 운명의 장난이다. 주인공여자가 그가 사촌지간인줄로만 알고 그에게 과감히 대시하는 그녀에게 진작 고백하지 못한 주인공에게도 문제는 있다.

 

 

물론 주인공여자를 사랑한 부자집 아들의 마음 또한 순수 그자체다. 하지만 그렇게 얽히고 설킨 그들의 사각관계 아니 오각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아내가 죽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주인공 여자를 맞아들일 생각으로 부푼 주인은 뜻밖에 자신이 평생 애인으로 끼고 살려했던 기생에게 봉변을 당하고 자신이 품에 안은 여자가 주인공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망연자실, 또한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를 짓밟았다는 생각에 복수를 결행하려던 약혼자도 자신들의 새엄마로 들어오는줄 알고 그녀를 오해했던 주인집 아들과 딸도 모두 깨끗한 주인공 앞에 고개 숙이게 된다. 순수하고 진실된 그녀의 사랑을 왜 애인은 믿지 못했을까?

 

 

창너머 잎도 떨어지고 가지도 시들어진 찔레덤불 위에는 때 아닌 찔레꽃이 송이송이 날고 있으니, 그것은 겨울의 선물 흰눈이다.가지위에 나부끼는 눈송이! 다음 송이가 와서 앉을 동안 자취없이 스러지는 눈송이! 그것은 하염없이 흩어지는 찔레꽃 화변의 하나하나이다. 아니 덧없는 인생, 행복...... 정순의 가슴을 길게 가시처럼 할퀴어주고 간 민수의 사랑이 아닐까? ---p430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가진자들에게 핍박을 당하고 자신의 순수했던 사랑이 돈앞에 짓밟히는등 보통의 애정소설이 가지고 있는 공식이지만 과연 이런 질펀한 수렁속에서 여주인공의 순결이 지켜질 수 있을지, 그녀의 순수한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지만 결국 모함하고 의심하고 오해하는 인간들의 본성은 그녀의 찔레꽃 하얀 꽃잎 같은 순결한 마음을 모두 흩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한계절을 지나오면서 그런 아픈 시절을 다 겪어낸 그녀에게 겨울 흰눈은 아픈 사랑처음 내린다. 첫눈이 날리면 찔레꽃 그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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