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억울하고 부당하고 참을 수 없는 사회의 사건들을 소재로 모두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소설을 쓰곤 한다. 내가 그녀의 책을 처음 접한건 사형제도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딸아이가 언젠가 함께 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이야기하며 공지영작가의 책 [우행시]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며 책을 사달라고 조르길래 나도 덩달아 그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해인가 예스24 문학기행에서 그녀를 직접 보고는 작가라고 하면 어딘지 꽤 고상할거 같아 감히 번접할 수 없을거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딘지 나같은 면도 있고 무척이나 인간적인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되어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같다.


내책들,,, 참 많이도 썼다, 싶었는데 세월은 생각나지 않는 대신 이 글들을 쓰던 순간들은 오래된 영화보다 더 선명히 내게 떠올라왔다. 그 책상, 그 타이프소리, 덜컹이던 창문들, 나무들,,, 젊었던 나. 그리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라는 자각이 한숨처럼 차올랐다. ---p6 작가의 서문에서

 

그녀가 자신이 글을 쓰던 그 당시를 무엇보다 선명하게 떠올려서인지 문구들을 하나씩 읽을때마다 그녀의 타이프소리가, 창문이 덜컹거리고, 나무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글을 쓰던 젊었던 그녀의 모습까지 떠오르는듯 하다. 곧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를 앞둔 그녀가 책장을 정리하려 자신들의 책을 꺼내며 하나하나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쓸어 보았을 그 문장들이 지금 이 책속에 그득하다는 사실이 참 좋다.


이 책은 무엇보다 나에게 주고 싶다. ,,,,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나인, 나를 나이게 해 주고 내 책을 내 책으로 오래 지속되게 해준 독자들, 바로 여러분에게. --- p7 작가의 서문에서


자신이 25년 쓴 글을 읽어준 독자들을 위해 그리고 그동안 살아오느라 고생이 많았던 자신을 위해 자신의 책에서 좋은 구절들을 혹은 꼭 들려주고 싶은 구절들을 뽑아 365일 매일 매일 한문장씩 읽을 수 있게 책으로 엮어 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생각을 읽게 되는것도 같고 때로는 그녀가 들려주는 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행시 이후로 [즐거운 나의집],[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사랑후에 오는것들], [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등등 내가 읽어본 그녀의 책속 구절들은 어쩐지 더 반갑게 다가온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p81 [즐거운 나의집]


책을 읽다보면 문득 가슴에 와 닿는 글이나 공감이 되는 글들이 등장할때 밑줄을 긋거나 책의 모서리를 접거나 혹은 따로 공책을 마련해 옮겨 적고는 하는데 그런 수고로움을 나를 대신해 공지영 그녀가 해준듯해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놓치고 있는것들, 아무 생각없이 스치고 지나갔던 문장들까지 다시 되새기게 하고 혹은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 그녀의 이 책이 이 가을에 내게 선물처럼 다가온것만 같다.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p 255[사랑후에 오는것들]


내가 읽었던 책임에도 이렇게 새록 새록 새롭게 다가오는 그녀의 책을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하루에 한꺼번에 다 읽어버릴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한문장씩 곱씹어 보며 읽어 내려가면 더 좋을 책이며 마음이 심란한 어느날 손가는대로 책장을 펼치면 내 마음을 위로해 줄 한마디를 혹은 내 고민을 다스려줄 한문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책이다. 느릿 느릿 천천히 그렇게 읽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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