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덕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8
임정진 지음, 이윤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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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패에는 원래 여자가 낄 수 없었는데 안성 남사당패만 한때 유일하게 여성 바우덕이가 대장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솔깃하다. 시대적 신분제도를 넘어선다 해도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남사당패의 대장이 될 수 있었을까? 더우기 외줄을 타는 어름사니가 되어 남사당패를 이끌었다니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20대 꽃다운 나이가 되어 병들어 일찍 죽어 어딘지도 모를 곳에 묻혔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병든 아버지와 함께 추운 골방에서 배를 골며 근근히 살아가던 바우덕이는 아버지의 죽음앞에 찾아온 곰뱅이쇠 덕기의 손에 이끌려 남사당패로 들어가게 된다. 죽을것 같던 집을 벗어난 바우덕이는 남사당패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이쁨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으며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만나기 위해 사당패 재주를 어깨 넘어 기를 쓰고 배운다. 자신을 버린 엄마라는 원망보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사실에 콧잔등이 찡해진다. 남다른 소리를 내는 바우덕이를 알아본 사당패무리들은 그런 바우덕이를 내치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처음엔 그저 부리는 종처럼 대한다.

 

아직 어려 가벼운 몸으로 사람위에 사람을 세우는 오무동을 하면서 바우덕이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더 높은 곳으로의 꿈을 꾸기도 하는데 그 또한 언젠가 엄마가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탓이기도 하다. 사당패놀이중 무엇보다 가장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한몸에 받는 어름사니의 재주를 본 이후 바우덕이는 어름사니의 줄타기를 배우려 하지만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동안 바우덕이는 장구장단을 배우고 대금을 불던 이경화로 부터 언문을 배우기도 하며 무엇이건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땅재주를 넘던 호택이 인대를 다쳐 더이상 재주를 넘지 못하자 버려지듯 두고 가는 모습을 보며 사당패에게는 몸이 전재산이라 몸이 망가지면 버려지는 비천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슬퍼한다. 어름사니에게 줄타기를 배우기 위해 소리며 장단이며 벽구며 온갖 재주를 열심히 익히려 애쓰는 바우덕이를 보던 어름사니는 드디어 줄타기를 가르쳐주게 되고 드디어 바우덕이는 줄위에 서서 재주를 보이게 된다. 위험하고 어려운줄 알지만 하늘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꼭 잡아줄거라고 믿고 있는 바우덕이에게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바우덕이의 재주가 날로 늘어 인기를 누리게 되자 꼭두쇠는 바우덕이를 꼭두쇠에 앉히는 놀라운 결심을 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어린 바우덕이가 사당패 무리들에게 잘 보이려 눈치 빠르게 행동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기예를 익히는 바우덕이를 보아오던 무리들은 지금 바우덕이 덕분에 인기를 누리고 살판나게 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수 없어 바우덕이를 꼭두쇠로 인정하게 되는데 더우기 궁궐안까지 소문이 퍼져 초대되어 대원군 앞에서까지 재주를 부리게 되고 옥관자까지 하사 받게 되니 남사당패로서 그 이상의 영광은 없을듯, 바우덕이가 하늘을 날듯 외줄을 타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치게 된것은 모두 바우덕이의 노력이 가져다 준 결과다. 그런 그녀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바우덕이는 남자들밖에 없는 환경속에서도 자신이 설자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살아 남기 위해 온갖 재주를 익히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다. 우리는 종종 힘든일이 닥치면 어려운 환경을 탓하곤 하는데 바우덕이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을 탓할것이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안성에 있다는 바우덕이를 기리는 사당과 묘를 찾아가게 되면 왠지 그녀의 소리가 들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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