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개정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살아가다보면 참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결과가 있으면 다 원인이 있는 법이라고 어느 순간인가는 그 미스터리함이 우연히 스르륵 풀릴때가 있다. 물론 안그럴때가 더 많지만 그게 한참이나 지나 풀릴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해지기까지 한 일상의 미스터리를 단편으로 엮어 놓은 이 책은 읽으면서도 참 미스터리함을 느낀다. 사내보 제작을 맡게된 와카타케가 작가인 선배에게 원고청탁을 부탁했다가 익명의 또다른 지인을 소개받아 연재를 하게 되는 첫 시작부터가 미스터리한데 무언가 처음부터 꼼수가 있어 보이는 시작이랄까? 거기다 책의 편집까지 진짜 매달 사보를 받아 연재부분만 읽게 되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펼쳐보게 하는 구성 또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창간호인 4월호에 실린 '벛꽃이 싫어'의 연재를 시작으로 익명의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것을 나름 추리해내기까지의 세세한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단편이다. '벚꽃이 싫어'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세상엔 그 이쁘다는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여기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나또한 그 벚꽃을 그리 좋아라하지 않는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다. 뭐랄까? 그 하얗게 다닥다닥 피어 있는 벚꽃을 보면 이쁘다기보다 꼭 개구리알들이 다닥다닥 붙은것 같은 징그러움을 느낀달까? 아무튼 화제 사건에서 벚꽃 꽃잎이 신발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 하나로 무언가 빠진 이야기를 추리하고 사건의 진범을 가려내다니 이 사람 정말 어떤 인물인지 미스터리하다.


여동생 걱정으로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언니의 동생걱정은 결국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하면 수학 여행에서 전해듣게 되는 누에 고치에 얽힌 이야기때문에 다른 것들을 착각을 하게 되고 나팔꽃 요정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결국 죽음에 이르는가 하면 어느 절을 찾아간 주인공이 귀신모자상으로부터 석류를 받아든 이야기등은 괴담처럼 오싹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야구열기가 과열되다보니 이웃지간에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기도 해 팀내에 스파이가 작전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꼭 암호를 찾는 놀이 같은 느낌이 들고 선배의 도둑 누명을 쓴 이야기를 들으며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사건의실마리를 찾아 내는가 하면 쇼핑강박증에 시달리는 친구를 도와주려다 의외의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래빗 댄스 인 오텀'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내내 간직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정리를 하고 나면 그것을 다시 찾아야 하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참 이상하게도 서랍속에 혹은 구석진곳에 내내 쳐박혀 있을 적에는 먼지만 잔뜩 쌓여 갈뿐 무엇에도 소용이 없었는데 왜 그것을 정리해서 버리고 나면 꼭 필요하게 되는가 말이다. 이미 해가 바뀐 달력이라 아무 미련없이 버려 버렸는데 거기에 계약과 관련될 중요한 이름이 적혀 있을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리고 내내 붙어 있는 동안엔 그런일이 없다가 왜 하필 버리고 난 후에야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우리의 일상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것들로 가득차 있는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밸런타인 밸런타인' 이라는 단편은 전화로 주고받는 대화로 미스터리를 푸는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또한 참 재미난 구성이다. 또한 '봄의 제비점' 이야기에서 익명 작가는 독자들에게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 얄미운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내보 연작 미스터리에 대한 회사 사람들의 반응에 이 미스터리함을 풀어내는 와카타케가 다시 등장하고 자신이 연작을 읽으며 나름 추리하게 된 이야기들을 쭈욱 늘어 놓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독자들을 대변한 와카타케라는 인물을 작가는 등장시킨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와카타케처럼 이야기속에 화자가 가끔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혹은 같은 동일인물인지, 또는 이게 왠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하는듯 한데 어딘지 석연치 않은 그런 부분들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잘 알고 그들의 관용구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등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단편들에 흠뻑 빠져들겠지만 괄호안에 담긴 해설을 읽어가며 글을 읽어야 하는 독자로서는 약간은 이야기속에 빠져들기가 힘겨울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충분히 감안하고서라도 책을 끝까지 읽어 내게 된다면 이 작가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건 다름아닌 미스터리를 미스터리하게 읽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편 한편 단편을 다 읽고서도 어딘가 미스터리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내지는 익명의 작가의 편지 한통까지도 독자로 하여금 미스터리함을 끝까지 놓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작전인듯 하다. 이 가을, 신비롭고 때로는 오싹한 미스터리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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