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우리 아빠는 죽기 전에 꼭 해야할 한가지가 뭔 줄 아느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사는거라고 알려주셔서 엉뚱한 답만 떠올리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역시 70세월을 살아 오신 아빠여서 그런 답을 찾을 수 있었던걸까? 이 책은 죽으려 했던 주인공이 죽음 앞에 직면하자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짤막짤막한 문장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절박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만든다. 죽기전에 해야할 꼭 한가지, 그건 바로 삶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하는 그런 책이다.

 

'난 운이 좋았고, 그녀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 난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아빠는 죽었는데 난 계속 살아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왜 계속 살아야하지?' ---p110

 

제인 솔리스, 그녀는 크리스마스 전날 아빠의 자살을 목격하고 정신적으로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엄마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살아 있음이 왠지 죄를 짓는것처럼 여겨진 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온갖 노력 끝에 드디어 다시 죽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지만 뜻하지 않게 비행기는 얼음이 가득한 산에 추락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옆자리에 앉았던 폴 하트만 살아남게 된다. 살기 위해 애를 쓰던 사람들은 죽고 죽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사람은 살게 되는 이야기라니 놀라운 반전이다.

 

제인 솔리스가 정신병원에서 거짓 연기를 하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자신만의 완벽한 자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긴장과 초조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죽으려던 순간 살아 남게 된 제인은 비행기의 잔해를 찾아다니다 낭떠러지에 매달려 아직 살아 있는 폴을 발견하자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제인 솔리스의 살아남기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고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사랑의 감정이 싹트지만 폴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면서 다시 두사람은 위기에 직면하고 만다.

 

' 그냥 계속 오르는 거야, 제인, 그렇게만 하면 돼' ---p160

 

암으로 엄마를 잃고 다시 형마저 백혈병으로 잃게 된 폴의 이야기 또한 제인의 이야기만큼 우울한 사연이다. 어쩌면 폴은 제인과 운명적으로 만나기 위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이 살아 남았으며 살기위해 함께 몸부림 쳤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어느새 하나가 되어 위기의 순간을 함께 넘기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지만 부상이 심한 폴을 두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떠나야 했던 제인에게 폴과의 그동안의 일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늘 앞날이 불안하기만 했던 제인은 '그냥 계속 살아가는 거야, 제인 그렇게만 하면 돼'라는 주문을 속으로 외며 앞으로의 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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