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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살아오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고 혹은 아주 멀리로 떠나보내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때면 함께 했던 장소나 혹은 같이 먹었던 음식을 떠올릴때가 종 종 있다. 그래서 어느 특정한 음식을 먹을때면 그음식과 관련된 그 사람과의 이야기를 아련하게 떠올리며 추억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일곱가지 음식을 소재로 그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공유하게 하는 이야기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듯 하다.
후지산을 닮은 팥빙수를 기억하는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를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팥빙수를 사러가는 손자의 가슴뭉클한 이야기와 오래전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자신이 결혼하는 그날 아침까지 아빠의 아침 된장국을 책임지고 끓이던 코짱의 구수한 된장국 이야기와 지저분한 식당이지만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먹으며 같이 맛있게 먹어주던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로포즈하는 아름다운이야기와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되어버린 남편과 함께 다니던 식당을 찾은 어느 할머니의 가슴 시린 이야기와 그렇게 먹고 싶어했지만 끝내 먹지 못하고 죽은 남편을 위해 49제에 남편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을 만들며 딸아이와 생전의 남편을 떠올리는 그리움이 가득한 이야기등 음식에 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음식이야기가 일곱가지나 들어 있다.
나는 문득 젊은 나이에 병으로 생을 마감하신 삼촌이 떠올랐다. 20여년전 신문보급소를 하던 삼촌은 내게 지로 용지를 작성하는 알바를 시키고 용돈을 주시곤 하셨는데 어느날은 노란 들통 가득 닭을 한마리 푹 고아 오셔서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인삼이나 대추라고는 하나도 넣지 않고 오로지 물만 붓고 푹 고았다는 그 삼계탕이 어찌나 입안에서 살살 녹는지 그 맛을 잊을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삼을 넣고 끓여도 그맛이 안나는데 삼촌의 삼계탕엔 어떤 비법이 숨어 있었던걸까? 그 비법을 전수받지 못한채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겨진 그 맛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 맛으로나마 삼촌을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어느 사랑하는 연인들이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 그 맛만은 최고였던 송이버섯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왠지 그들의 이별이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질 것 같고 또 동성의 돼지를 너무 사랑해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매번 끝나지 않을거 같은 죽기전 만찬을 즐기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도 한다. 누구나 음식에 관해 떠올리는 기억은 모두 다르겠지만 그 음식에 관한 맛을 떠올리며 그때의 아련하고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는건 다르지 않다. 이 책속의 일곱가지 이야기가 제각각 다르지만 음식으로 인해 불러오는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와 참 잘 어우러지는 예쁜 그림과 함께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이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