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허풍이라고 하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고 하는 동화가 떠오른다. 어찌나 허풍이 심한지 오줌을 싸서 온 나라를 홍수에 빠트리는가 하면 대포알을 타고 날아가기도 하고 한겨울 눈밭에 잠시 누웠다 일어나니 말이 교회십자가 꼭대기에 매어 있기도 하는 정말 말도 안되는 기가막힌 허풍을 떨며 모험을 다니던 그 남작 말이다. 그런데 북극 허풍담이라?

하지만 그런 허풍은 아니다.


북극을 떠올리면 황양하고 끝없이 펼쳐질거 같은 눈만 떠오르는데 분명 그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기도 한가보다 . 언젠가 남극의 쉐프라는 일본 영화를 본적이 있다. 몇명의 남자들이 남극기지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매일 매일 요리사의 요리로 가족이 그립고 외롭고 추운 마음을 달래려 애쓰는 이야기로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던 영화다. 아무래도 그 어떤것으로도 향수병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고향의 음식을 먹는것만큼은 가능했던 것이어서 그럴 수 있었던 그네들의 이야기는 가끔 우습기도 하지만 웃으면서 눈물 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북극에서 사는 각각의 사람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곳 생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때로는 과장되어 우습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슬픔만은 묵과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만약 내가 북극에서 지내야 한다면 나는 어떤 일들로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날들을 채울 수 있을까? 꽃도 없고 나무도 없이 그저 하얗기만 한 눈밭을 매일 봐야 한다면 게다가 태양도 없는 어두운 밤만 계속되는 그런 날들이 몇달씩 이어진다면 해를 보지 못해 시들해지는 화초처럼 시들어 버리지 않을까? 그런 상황을 허풍이건 진짜건 헤쳐나가고 있는 그네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어느날 옆구리가 시려워 엄습해 오는 외로움을 달랠길이 없어 누구처럼 바지를 내리고 바람속을 달릴지도, 수탉 한마리를 데려다 이름을 지어주고 철학을 한다느니 사색을 즐긴다느니 하는 명목으로 옆에 꼭 끼고 있을지도, 혹시 혼자여서 외로울 친구를 위로해 준답시고 찾아가 되려 수다때문에 곤혹스러움에 빠져 허우적 거릴지도, 어느날 불청객이 찾아와 되지도 않는 훈련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괴롭히려 들면 밧줄에 매달아 크레바스속에 빠트려 버릴지도 , 생각지도 않은 문신 예술가의 등장으로 예쁜 하트 무늬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가진것들을 몽땅 털릴수도, 친구의 죽음으로 그를 위한 성대한 장례식을 계획하다 도리여 내가 그 관속에 들어가게 되는 섬뜩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북극의 나날들이 우리에겐 허풍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쟁인지도 모를일이다.


그런데 북극엔 여자란 존재하기 어려운가보다. 그들중 누군가 엠마를 상상속에서 끄집어 내어 무대위에 올리자 그 여자로 인해 참 희안한 일이 벌어진다. 분명 상상속의 여자일 뿐인데 서로 소유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소중한것과 바꾸어 버리는가 하면 엠마의 소문이 퍼져 또 다른 이들이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허풍 그 자체다. 또한 화장실을 따로 두지 않는 그들에게 찾아온 문명의 어느 남자가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하자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 또한 웃지 않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문득, 진짜 북극의 그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싶기도 하다.

그들은 이 책으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허풍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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