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빨간 머리앤도 그렇고 캔디도 그렇고 여기 이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도 그렇고 고아이면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참 자립심이 강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아닐 수 없다. 고아인 여자아이를 후원해주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쓰는 이 편지는 어찌보면 어느 순정만화 보다 더 만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미 그 키다리 아저씨가 누구인지 아는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모두 사랑의 편지라는 사실을 알지만 오로지 주디만은 그런 사실을 모른채 자신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적고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기만 하다.


스치듯 지나가며 본 기다란 그림자로 자신을 후원해주는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는 후원자를 그저 나이 많고 돈많고 맘씨 착한 아저씨로만 여기며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지어 편지를 쓴다. 처음 대학에 들어가 머물게 된 기숙사와 친구를 만난 이야기,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자신을 믿고 후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면서 가끔은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런데 결코 답장을 하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의 진짜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부자 친구 줄리아의 친척이라는 저비스가 등장했을때 독자들은 드디어 그를 만났구나 하게 되지만 역시 주디만은 그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주인공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해지는 기분이랄까? 아무것도 모르고 당사자에게 저비스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디가 그저 재밌기도 하고 자신은 신분을 숨기고 있으면서 주디 앞에 당당히 나타나 함께 차를 마시고 농장에서의 멋진 추억을 만들기도 하며 주디의 애를 태우는 키다리 아저씨가 때로는 얄밉기도 하다. 아마도 주디의 편지를 받으며 그냥 불쌍한 고아를 후원하려 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점 점 자신도 모르게 주디라는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디의 학교 공부나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일상생활속의 이야기들을 적은 편지를 읽게 되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자신이 고아여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내 마음도 짠하고 겨울방학동안 어디에도 갈곳이 없어 기숙사에 머물러야 하는 이야기도 참 마음 짠하게 했다. 하지만 밤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읽은 갖가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내가 아는 책을 주디도 함께 읽고 같은 느낌을 가진다는 생각에 괜히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처음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장학금까지 받는 주디는 정말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


그런데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가 장학금을 받고 과외로 돈을 벌려 하는것등 자립해 나가려는 것을 모두 못마땅하게 여겨 반대를 한다. 게다가 친구의 오빠인 지미가 있는 셀리네 집에 놀러 가려 하는것 조차 반대하고 나서자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 주디는 그 뜻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관철시키며 고집을 피우는데 사실 그런것들을 반대하는 것에는 키다리 아저씨의 또다른 속샘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그저 주디가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키다리 아저씨가 저비스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주디로써는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아무튼 결국 저비스 도련님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고아라는 출신때문에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운 속내를 키다리 아저씨에게 털어 놓기까지 하는 주디를 보며 그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놀라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와의 극적인 만남 또한 어느 영화나 어느 순정만화 못지 않은 가슴설레임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는 오랜만에 사춘기적 감성을 자극해주는 설레이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 주디는 모르는 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속에 흠뻑 빠져들게 해주는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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