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500년 도읍지 위례성의 마지막 불타는 모습을 보기까지의 융 왕자의 이야기를
1500년이나 땅속에 묻혀 잠들어 있던 유물 몇점과 사료들로 추측해 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란 보통 사람과는 남다른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존재인지
뛰어난 추리와 상상력으로 그때의 이야기를 마치 보기라도 한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융은 후비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의 뒤안에서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는 왕자다.
그래서 남들 눈에 최대한 띄지 않게 행동하려 애쓰고 정치권력과는 무관하게 살려 하는데
바깥 세상에서 만난 철기방 백아리와의 인연은 융을 그냥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물론 그를 부모처럼 돌보아주는 외숙부의 존재와 유모 또한 융에게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먼 훗날 왕자 융이 무령왕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어준 존재들이다.
궐에서의 무료하기 짝이 없는 공부가 아닌 바깥 공부를 허락 받은 융은
백아리와 함께 사냥을 하고 단도 사용하는 법을 익히며 걸인을 만나 도와주기도 하며
먹을 것이 없어 독초인지도 모르고 먹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백성들을 실상을 보기도 한다.
어느날 철기방 백아리의 아버지 백도라가 뜨거운 쇳물에 데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현장에 간 융은 남겨진 찻잔과 찻잎이 의심스러워 그것들을 챙겨 두는데
그것이 점 점 왕자 융을 위기로 몰아 넣어 급기야 칠지도를 훔친 범인으로 까지 몰리게 한다.
백도라가 마셨던 차의 찻잎이 독초라는 사실을 안 융은 그 찻잎의 출처를 밝히려 하다
검은 그림자에 쫓기게 된 융을 지난번 목숨을 구해준 거리의 아이가 도와 서로 인연이 되는데
남다른 무예 실력을 갖춘 그의 스승을 만나 찻잎의 정체를 확실히 밝히게 된다 .
찻잎의 출처를 밝히려 추적하던 와중에 의심을 가졌던 그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된 융은
더욱 위기에 몰리게 되고 어라하의 명을 받아 칠지도를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불타는 위례성을 뒤로 하고 먼길을 떠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훗날 융이 무령왕이 되어 백제를 다시 일으켜 그 기반을 굳건히 하는 기초가 되어 준다.
백아리와의 궐 밖의 생활을 통해 거리의 아이들과 백성들의 실상을 들여다 보게 되고
곁에 두고 믿었던 존재에게 배신을 당하는 어라하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가슴에 한을 품고 융은 미래의 백제을 다시 일으킬 각오를 다지며 왕으로의 첫걸음을 떼고 있다.
한나라의 왕이 될 존재의 어린시절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들여다 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진진하다.